오늘 브런치 하셨나요?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무려 한 분이나!
제목에 대한 기대를 하고 계시단 걸
알게 되었습니다.
(박제된 댓글의 주인공이 궁금하신 분들은
클릭해 보세요. 글들이 아주 재미납니다 :)
아 이것 참.
아무도 모르게 혼자만의 고통 재미로 두려고 했는데,
이제 제목을 타이핑할 때
가슴이 막 두 근 반 세 근 반 울렁거립니다.
이 정도로 괜찮을까.
아니야 부족한 거 같아.
역시 나비님은 거기까지였군요.
아쉽지만 우리 인연은 여기까진가 봅니다.
그럼 안녕히.
라는 말을 남기고 표표히 떠나가는 뒷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역시 제목은 랜덤으로 정했어야..
사설이 길었습니다.
이건 비밀인데요. 저는 이렇게 분량을 뽑아냅니다.
사실 처음 제목은
'유행과 고집 사이'가 아니었습니다.
처음엔 '유행과 고전 사이'로 타이핑했다가
아니 내가 뭐라고 고전을 들먹이고 있지 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자체 검열 끝에
지금의 제목으로 바꾸었습니다.
바꾸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합니다.
역시 테스형입니다.
너 자신을 알라.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아아~테스형~
저도 이제 일 년이 다되어가는 어엿한 *브런처 로서
브런치 첫 화면을 보고 있으면
대략적인 흐름이 보입니다.
(*'브런치를 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만들어봤는데
이것도 처음엔 '브런치어'라고 했다가
왠지 '브런치에 치어 사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들어
바꾸었습니다. 저는 잘 바꿉니다.
소신 같은 거 없습니다.
팔랑귀에 아주 잘 나풀거립니다 :)
어떤 특정 주제들이 뭉치는 시기가 보인달까요.
물론 이건 신뢰성이라곤 1도 보장할 수 없는
오늘의 띠별 운세 같은 겁니다.
아니면 말고 같은 거죠.
하지만 어디 리포트할 것도 아니므로
저는 이 오늘의 띠별 운세 같은
브런치 트렌드 보고서를 머릿속에 그려보며
혼자 재밌어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브런치를 살펴보다 보면
어떤류의 글들이 자주 노출되는지
대략 짐작이 되는 것 같은 때가 있습니다.
이쯤 되면 저는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타인에게 노출되는 게 싫었으면
워드나 한글 프로그램 열어서
새 페이지 만들기 클릭하고
다소곳이 엉덩이 붙이고 앉아 쓰면 될 것을
굳이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까지 찾아와
- 게다가 글쓰기 자격을 받기 위해 테스트도 보았죠!
글을 쓰는 저 잖습니까?
그럼 노출이 되어야지요.
그것도 많이 노출되면 많이 노출될수록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검색어에 잘 걸리는 소재로 글을 써볼까?
다음 포털 각종 페이지 주제에 들어가는 글을 쓰면 되려나?
제목을 훨씬 파격적으로?
작정하고 웃겨볼까?
작정하고 울리는 게 낫나?
뭐 사실 저렇게 고민하고 작정한다고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괜히 저런 고민을 하고 앉아있습니다.
아아~ 테스형~
그러므로 지극히 당연하게도.
저 고민과 작정들은
고민과 걱정을 한 시간이 무색하게
금방 사라지고 맙니다.
마치 이른 새벽 나선 산책길의 자욱한 안개가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면
어느새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처럼요.
그러면 괜히 뱃속이 헛헛해서
냄비에 물을 받습니다.
역시 라면은 진순이 진리입니다.
헐, 찾았습니다! 제 뱃살의 주범이 브런치였군요!
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다음번 새벽의 산책길에도 다시 안개가 끼어있듯이
저 고민과 걱정들 또한
매번 다시 찾아올 것을 말이죠.
사람이니까요.
글을 쓰니까요.
제 마음속엔 두 개의 생각이 공존합니다.
'글을 쓰면 행복하다.'와
'글을 써서 더 행복해지고 싶다.'
백수 주부 생활을 하고 있지만
저의 하루는 나름 바쁩니다.
기르는 키우는 초딩도 돌봐야 하고
청소기 돌리기, 설거지, 세탁기 돌리기,
분리수거하기,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따릉이 타기, 친구들과 수다 떨기,
아내 회사 불만 들어주기,
아내 회사 불만 듣고 맞장구 쳐주기
아, 특히 이 맞장구 쳐주기는
아주 세심하고도 미묘한 컨트롤이 필요합니다.
너무 신나서 오버하다간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이 왜 집에서 이러고 있냐는
날카로운 눈빛에 온몸이 난도질당할 수가 있습니다.
이것뿐이게요?
스벅 가서 멍 때리기,
스벅 가서 남 구경하기,
스벅 가서 메뉴 고민하기,
스벅 가서 메뉴 고민하다 아무것도 안 먹고 돌아오기
정말 잠시도 쉴틈이 없는 하루입니다.
이렇게 바쁜 하루지만,
틈틈이 시간이 날 때면 글을 씁니다.
글을 쓰는 것이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어떤 글을 써도 괜찮습니다.
물론 마음에 드는 글이 써지면 가장 좋지만 매번
마음에 드는 글들만 써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글을 쓴다는 자체로 저는 대체적으로 즐겁습니다.
그러다 보면 이제
두 번째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내가 쓴 글을
더 많은 사람이 읽어주고
더 많은 사람이 좋아해 주고
그래서 전업 작가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더 행복할까.
잠깐, 그럼 지금 이런 워드나 한글에 써두고
혼자만 봐도 괜찮을 것 같은 글 따위를 쓰고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뭔가 재미와 감동, 웃음과 눈물, 환희와 비통,
애정과 갈망, 희망과 절정으로 가득 찬
슈퍼하이퍼울트라스펙타클한 글을 쓸 생각을 해야지!
저런 생각이 든다고
저런 글이 써진다면
저러고 있지도 않을 테죠.
그러니 저런 미션임파서블 같은 고민은
한구석으로 치워버리고
보다 현실적인 방법을 모색합니다.
검색어에 잘 걸리는 소재로 글을 써볼까?
다음 포털 각종 페이지 주제에 들어가는 글을 쓰면 되려나?
제목을 훨씬 파격적으로?
작정하고 웃겨볼까?
작정하고 울리는 게 낫나?
네, 다시 도돌이표지요.
결과는 잘 아시죠?
맞습니다.
냄비에 물 끓이러 갑니다.
글깜(글을 쓰는 깜냥)이 안 되는 것도 있고
아직은 글을 쓰는 자체로 즐겁기 때문에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도
에이 뭐 그냥 쓰던 대로
방학숙제 일기 같은 글이나 쓰자 하고
다시 키보드에 손을 올립니다.
뭐 언젠가 저도
재미와 감동, 웃음과 눈물, 환희와 비통,
애정과 갈망, 희망과 절정으로 가득 찬
슈퍼하이퍼울트라스펙타클한 글은 아니더라도
써놓고 바라보니 참 흐뭇하더라 하는 글 하나쯤은
쓰게 되는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오늘도 유행과 고집 사이에서 고민하다
냄비에 물 끓이러 갑니다
이렇게 브런치 합니다.
오늘 여러분들도,
브런치 하셨나요? :)
*사진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