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브런치 하셨나요?
이 글을 여러분들이 읽고 계시다면
아직은 두 줄 밖에 쓰지 않았지만
아래의 흰 여백들을 모두 채우고
저는 발행 버튼을 눌렀다는 거겠죠 :)
물론 발행 전까지
서랍도 몇 번은 들락날락했을 겁니다.
중간에 화장실을 갈 때라던지
학교에 다녀온 아이의 간식을 챙겨 줄 때라던지
학원 셔틀을 타러 가는 아이를 배웅할 때라던지.
잠시 자리를 비울 일이 있으면
서랍에 보관을 해두었다가
볼 일이 끝나면 다시 꺼내 이어서 썼을 테지요.
아, 초고가 완성이 되면
그때 서랍에 한 번 더 갔다 왔겠네요.
완성된 초고를 서랍 에 넣어두고
무료이미지 사이트를 방문해야 하거든요.
이미지사이트에서 검색어를 입력하면
관련 이미지들이 주르륵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늘, 제일 윗 줄에 있는 이미지들이 마음에 들지만
그 이미지들은 건너뜁니다.
로열티가 있는 이미지들이기 때문에
무단으로 사용하면 안 되는 것들이거든요.
좀 더 아래로 내려가 로열티가 없는 이미지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아봅니다.
찾았습니다!
다시 브런치로 돌아와 서랍에서 초고를 불러옵니다.
그리고 찾은 이미지를 메인 이미지로 저장합니다.
이제부터 퇴고의 시간입니다.
어느 정도 수정이 완료되면
진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발행과 서랍 사이에서 말이죠.
여기서 서랍을 선택하게 되면
볼일이 있어 잠시 서랍에 보관하는 것과는
아주 많이 달라집니다.
언제 서랍에서 나올지 기약할 수 없거든요.
작가님들의 서랍 속은 어떠한가요?
제 서랍 속은..
보관하고 있는 글들이 많지는 않은데
왜인지 보고 있으면 정신이 없습니다.
제목만 써놓고 방치해 놓은 글들이 서너 개
써놓고 발행하지 못한 글들이 서너 개
쓰다만 글들도 서너 개
곱슬머리 동생도 아니면서 그 아이의 별명처럼
종류별로 글들이 서너 개씩 쌓여있습니다.
발행을 하지 않고 서랍에 있는 글들을 보면
그 당시 왜 이렇게 제목만 쓰고 내버려 두었는지
글을 이만큼이나 쓰고 왜 발행을 안 했는지
왜 여기까지만 쓰고 뒷부분을 안 쓴 건지
그 이유들이 기억이 나기도 하고
나지 않기도 합니다.
제목만 있는 글들은
제목에 맞는 글감을 찾아보기도 하고
다 쓴 글들은 퇴고를 해보기도 하고
중도에 멈춘 글들은 이어서 써보기도 해 보지만
대부분 몇 분 이내에 그만둡니다.
뭔가 연결이 잘 안 되는 느낌입니다.
마치 다른 사람의 글을 이어 쓰는 느낌입니다.
글을 썼던 그 당시의 깊이로 못 들어가고
표면에서 허우적대는 느낌입니다.
서랍 가장 깊은 곳에 글이 하나 있습니다.
이 글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은 생각에
발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 글이 하나 있습니다.
재밌지도 않고, 감동적이지도 않고,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한 글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훈이 있는 글도 아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없는 글입니다.
어떤 의미를 부여해 보려고
억지로 글을 덧붙여도 봤지만
글의 표면에서 허우적대면 허우적댈수록
그 글은 더 깊이 침잠합니다.
결국 서랍 가장 깊은 곳에 묻어두었습니다.
만약 제가 그 글을 썼을 당시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적당히 퇴고를 하고 발행을 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오히려 저는 한 번씩 발행된 글을 보며
여러 가지 의미를 떠올릴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서랍 속에서 보는 글과
발행된 글을 보는 것은
정말 천지차이거든요.
아무도 없는 회의실에서
혼자 프레젠테이션을 해보는 것과
다음 날 청중들 앞에서
실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의 차이랄까요.
질문과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예상치 못한 관심과 칭찬을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질문과 지적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질문과 지적을 잘 수용하고 아우르면
프레젠테이션이 실시간으로 발전되거든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죠.
하지만 우리는 흔히
서랍에 보관만 해 두면
언제든 꿸 수 있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물론 어느 정도는 맞는 생각입니다.
다만 너무 오래 보관해 두다 보면
먼지가 쌓이고 광택을 잃고 표면이 삭아갑니다.
그러니 잠시 서랍에 넣어두는 건 괜찮지만
너무 오래 서랍 속에 보관하지는 마세요.
글들도 반짝이는 구슬과 같아
너무 오래 넣어두면 처음의 반짝임을 잃게 됩니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다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서랍보다는 발행을 권유드립니다.
뭐라도 해야
뭐라도 바뀌니까요.
서랍 속에서 보는 글과
발행된 글을 보는 것은
정말 천지차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여기까지 쓰고
많이 부족하지만 서랍에 넣어 두지 않고
발행을 해봅니다.
오늘 여러분들도,
브런치 하셨나요?
*사진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