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는 보았다.
계엄군의 군홧발에 짓밟혔음에도
비열하게 웃고 있는 자들을.
어제 나는 보았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대표임에도
투표를 거부하는 자들을.
어제 나는 보았다.
각 개인이 헌법기관임에도
의회를 포기하는 자들을.
어제 나는 보았다.
나는 알았다.
군홧발에 짓밟힌 건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이 아니라
절대로 짓밣혀서는 안 되는 국민의 존엄성이었으며,
투표로 선출된 건 국민의 대리인이 아니라
국민 위에 군림하는 특권층이었으며,
헌법기관의 본진인 의회를 포기했다는 건
각 개인이 헌법기관임을 포기한 것이라는 걸.
나는 알았다.
이에 나는 부끄럽고
이에 나는 참담하고
이에 나는 분노한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
여의도의 모든 시민들에게 나는 또 한 번 빚을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