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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우리

by 박나비

하필

사람으로 태어나

이럴게 무어냐

내 가슴 천 갈래 도륙을 내어도 좋으니

내 심장 만 갈래 헤집어 놓아도 좋으니

다시 살아 돌아 올 수만 있다면

다시 그 얼굴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우리

이다음엔 사람 말고 돌이 되어 만나자

그래 누가 집어 들어 던지면

물수제비나 몇 번 떠주다

호수아래 가라앉아 천년쯤 함께 잠들어있자


천 년쯤 지나

호수 물이 마르고

마침내 우리 몸이 드러나면

그땐 햇볕을 이불 삼고 달빛을 배게 삼아

다시 또 천 년쯤 함께 잠들어있자

우리 그렇게 영원히 함께 붙어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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