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화에는 다카마노하라(高天原), 아시하라나카쓰쿠니(葦原中国) 등 다양한 세계가 등장한다. 《고사기》에서는 경우 이자나기의 ‘미소기’ 전승에서 삼귀자라 불리는 아마테라스, 쓰쿠요미, 스사노오 세 신이 탄생하고, 이후 각각 다스릴 세계를 나누어준다. 아마테라스는 ‘하늘을 비춘다’라는 그 이름의 한자 의미처럼 천상 세계를 의미하는 다카마노하라(高天原)를 다스리게 된다. 쓰쿠요미는 ‘달을 읽는다’라는 이름의 의미처럼 밤의 세계 요루노오스쿠니(夜食国)를 그리고 거친 이미지를 지닌 스사노오는 우나하라(海原)를 다스릴 것을 명 받는다.
그중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아마테라스 신에게 부여된 ‘다카마노하라’라는 세계다. ‘다카마노하라’는 천상신들이 머무는 곳으로 그려지는데, 나중에 등장하는 천손강림 전승에 의해 제국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또, 스사노오는 자신에게 부여된 세계가 아니라 아마테라스의 세계인 다카마노하라를 방문했다가 아마테라스와 갈등을 빚는다.
아마테라스가 스사노오의 검을 셋으로 쪼개어 하늘의 신성한 우물에 씻은 후 씹어서 뱉어낸 숨결에서 세 여신이 생성된다. 세 여신의 이름은 다키리비메노미코토(多紀理毘売命), 다키쓰비메노미코토(多岐都比売命), 이치키시마히메노미코토(市寸島比売命)이다.
또, 스사노오가 아마테라스의 옥 장식을 받아 똑같이 우물에 씻은 후 씹어서 뱉어낸 숨결에서 다섯 남신이 생성된다. 다섯 남신의 이름은 아메노오시호미미노미코토(天之忍穂耳命), 아메노호히노미코토(天之菩卑能命), 아마쓰히코네노미코토(天津日子根命), 이쿠쓰히코네노미코토(活津日子根命), 구마노쿠스비노미코토(熊野久須毘命)이다.
《고사기》상권 : 우케이
우케이 즉 아마테라스와 스사노오의 주술 행위를 통해 탄생한 여러 신 중에서 아메노오시호미미노미코토(天之忍穂耳命)는 천손강림과 연관되는 신이기도 하다. 원래는 이 신이 지상 세계로 강림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지상을 평정하는 사이 자식 니니기노미코토가 탄생한다. 그러자 아메노오시호미미노미코토는 자신의 자식인 니니기노미코토(瓊瓊杵尊)를 지상 세계로 내려보낸다. 이렇게 지상 세계로 강림한 ‘천손’은 계보는 이후 천황가의 시초가 된다.
『고사기』에서는 천손강림 전승에 앞서 오쿠니누시노카미(大国主神)의 나라만들기 전승이 등장한다. 지상의 신(国つ神) 오쿠니누시가 공들여 만들어 놓은 지역에 천상의 신 아마테라스의 자손이 강림하고, 당연하다는 듯 나라를 넘겨받는 것이다.
‘아시하라나카쓰쿠니는 마땅히 나의 자식이 다스려야 하는 나라이다’라고 천명한 아마테라스는 천손이 강림하기에 앞서 천손이 다스릴 지상 세계를 평정하기 위해, 여러 신을 파견한다. 지상 세계인 아시하라나카쓰쿠니를 평정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지만 결국에는 평정한다. 그 후 천손인 니니기노미코토는 3종 신기와 여러 신들을 대동하고 강림해, 지상 세계를 다스린다. 지상 세계에 강림한 천손의 혈통이 이어져, 초대 천황이라고 전해지는 진무(神武)천황으로 이어진다.
《고사기》상권 : 천손강림
천손강림 신화를 통해 지상 세계인 아시하라나카쓰쿠니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고사기』에서는 아마테라스가 「아시하라나카쓰쿠니는 마땅히 나의 자식이 다스려야 하는 나라이다」라고 천명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아마테라스는 원래 천상 세계를 다스리도록 배정된 신이다. 『고사기』의 전승에서는 지상 세계를 평정한 오쿠니누시라는 신이 등장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오쿠니누시가 평정한 지상 세계를 천손이 다스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장면을 통해 일본의 천손강림 전승에 내포된 제국성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의 건국 신화인 단군신화 역시 천손강림 신화의 한 종류이다. 단군신화에서 환웅이 웅녀와 결혼하는 과정은 곰 부족과의 결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되어 서로 다른 세력의 결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의 천손강림신화는 서로 다른 세력 간의 결합이 아니라 천상 세력의 일방적인 지배의 당위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단군신화와는 큰 차이점을 보인다. 이러한 『고사기』『일본서기』의 천손강림 전승에서 볼 수 있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다른 세계를 천신의 자손이 마땅히 다스려야 한다는 발상에서 근대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 지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일본의 제국주의는 이러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홋카이도(北海道), 류큐(琉球)의 합병을 시작으로, 조선, 대만 등의 주변국을 식민지 침략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일차적인 식민지 수탈에 머무르지 않고, 더 나아가 정신적 동화를 꾀했다는 점에서 다른 제국들과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역사교과서는 아마테라스, 진무(神武)천황, 야마타노타케루노미코토(日本武尊), 진구(神功)황후 등의 신화적 인물을 다루며, 천손강림 신화를 중심으로 한 만세일계(万世一系)라는 사상을 역사 교육으로서 식민지 경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나아가 일본의 신화뿐만 아니라, 단군과 스사노오의 동일시 하거나, 스사노오가 한반도 출신이라는 등 한국 신화 역시 변용이 이루어져 식민 지배의 정당화를 위해 이용되기도 했다.
다카마노하라(高天原): 아마테라스가 다스리는 천상 세계
아시하라나카쓰쿠니(葦原中国): 오쿠니누시가 평정한 지상 세계
요루노오스쿠니(夜食国): 쓰쿠요미가 다스리는 밤의 세계
우나하라(海原): 스사노오가 다스리는 세계
아마테라스오미카미(天照大御神): 아마테라스
스사노오노미코토(須佐之男命): 스사노오
아메노오시호미미노미코토(天之忍穂耳命): 천손의 아버지
아마쓰히코비코호노니니기노미코토(天津彦彦火瓊瓊杵尊): 천손, 니니기노미코토
오쿠니누시노카미(大国主神): 오쿠니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