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 절대적인 힘의 원천 ‘태양’

아메노이와도(天岩屋) 신화

by 박신영

일본 신화에서는 이자나기와 이자나미라는 부부신이 일본 열도와 다양한 신을 탄생시킨다고 전하는데, 그 중에서도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으로 여겨지는 아마테라스는 이자나기의 미소기(禊)라는 행위를 통해 탄생한다고 《고사기》에서는 전한다.


아마테라스와 함께 쓰쿠요미와 스사노오가 탄생하는데, 이 세 신을 삼귀자(三貴子)라 부르며 각각 다스릴 세계를 분배한다. 아마테라스는 ‘하늘을 비춘다’라는 그 이름의 한자 의미처럼 천상 세계를 의미하는 다카마노하라(高天原)를 다스리게 된다. 쓰쿠요미는 ‘달을 읽는다’라는 이름의 의미처럼 밤의 세계 요루노오스쿠니(夜食国)를 그리고 거친 이미지를 지닌 스사노오는 우나하라(海原)를 다스릴 것을 명 받는다. 이야기는 스사노오가 자신이 다스릴 ‘우나하라’가 아니라 아마테라스가 다스리는 ‘다카마노하라’로 향하면서 시작된다.


다카마노하라를 다스리던 아마테라스는 동생인 스사노오가 자신의 나라인 다카마노하라를 빼앗으러 온 것이라 여기며 전투태세를 갖춘다. 스사노오는 자신은 나라를 빼앗으러 온 것이 아니라며 아마테라스와의 주술행위를 통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자 한다. 아마테라스와 스사노오는 서로의 물건을 입으로 씹어서 뱉어내자 그 숨결에서 많은 신이 탄생한다. 이 주술행위의 결과 자신의 결백함이 밝혀졌으니 자신이 이겼다고 기뻐하던 스사노오는 결국 폭주하여 다카마노하라의 질서를 어지럽힌다. 그러자, 아마테라스는 아메노이와도(天岩屋)라는 동굴에 숨어들고, 세상은 어둠에 잠긴다.

-《고사기》상권 : 우케이


스사노오가 폭주하자 아메노이와도라는 동굴, 말하자면 석굴에 숨어드는 아마테라스의 모습은 스사노오가 다카마노하라를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전투태세를 취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아마테라스가 동굴로 숨어들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세상에서 태양이 없어졌음을 의미한다. 지금은 일식(日食)현상의 원리가 과학적으로 모두 밝혀져 일식현상이 발생할 때가 되면 염려 보다는 오히려 대단한 우주쇼를 기대한다. 하지만 과학적 지식이 없던 고대인들에게는 태양이 사라진다는 것은 어쩌면 세상의 종말을 느끼게 하는 공포의 현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테라스가 아메노이와도로 숨어들자 천상 세계인 다카마노하라뿐만 아니라 지상 세계인 아시하라노나카쓰쿠니(葦原中国)에도 나쁜 신들이 날뛰었다. 그러자 많은 신들은 아마테라스를 다시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여러 방법을 고안한다. 화려하게 치장한 아메노우즈메가 북을 울리며 춤을 추자, 여러 신들이 즐겁게 웃었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아마테라스가 동굴 밖으로 고개를 내밀자 동굴 양쪽에 숨어 있던 신들이 재빨리 아마테라스를 붙잡아 동굴 밖으로 끌어내고, 세상에 다시 빛이 돌아왔다.

-《고사기》상권 : 아메노이와도(天岩屋)


세상에 빛이 돌아온 후, 즉 아마테라스가 동굴에서 나온 후 나쁜 신들을 평정하거나 세상의 평온을 되찾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또 악귀들이 날뛴 것 대한 기술 역시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단지 세상에 빛, 즉 아마테라스가 돌아온 그 자체로 세상은 다시 평온함을 되찾은 것이다.


스사노오가 처음 방문할 당시 아마테라스는 머리를 미즈라*로 묶어 올려 전사의 모습을 하고 맞이한다. 스사노오의 방문 목적을 듣기도 전에 전투태세를 갖추는 아마테라스의 모습에서 호전적인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이후 정작 스사노오가 난폭한 행동으로 다카마노하라의 질서를 어지럽혔을 때, 아마테라스는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은 채 혼자 동굴로 숨어든다. 이 모습에서는 무기력한 인상마저 받는다. 그런데 아마테라스가 사라지자 빛이 사라지고, 세상에는 악귀가 날뛰는 상황은 역설적이게도 아마테라스의 절대적인 위치를 짐작케 한다.


일본의 신화뿐 아니라 동서를 막론하고 태양이 가려지는 일식 현상은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여졌다. 우리 역시 일식은 불길한 징조로 여겨왔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불길한 징조인 일식이 일어나면 왕은 소복 차림으로 하늘에 기도를 올렸다는 기사가 여러 번 등장한다. 또, 성종실록에서는 일식과 월식을 맞추는 이에게는 상을 내리고, 틀리는 이는 벌한다는 기사도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일식이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여져 온 것은 인류 보편적인 현상이며, 아마테라스가 동굴에 숨어들자 세상에 악귀가 날뛴다는 상상력 역시 쉽게 납득이 간다.


그런데 아마테라스가 가진 힘은 그 동굴에서 나올 때 더욱 극적으로 나타난다. 아마테라스 자신 즉 빛이 없음에도 동굴 밖에서 축제를 즐기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리자 의아하게 여긴 아마테라스는 밖을 슬쩍 내다본다. 동굴 입구 양쪽에 숨어 있던 신들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아마테라스를 잡아 끌어내자 세상은 밝아지고 평정을 되찾는다. 세상에 빛이 사라지고 악귀가 날뛰자 여러 신들은 악귀를 퇴치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아마테라스를 동굴에서 끌어내고자 여러 방법을 고안한다. 그리고 아마테라스가 동굴에서 나오자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음에도 세상은 평정을 되찾는다. 아마테라스 즉 태양의 존재 그 자체가 세상의 평정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또한 악에 대항하는 ‘절대적인 힘’으로 ‘무조건적인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리라.



<일러두기>

미즈라: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묶어 귓가에 고리처럼 매어놓은 모양으로 고대 일본에서는 전사의 모습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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