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 죄를 씻어내기 위한 의식

《고사기》의 ‘하라에(祓)’

by 박신영


일본의 신화에서 부정한 것이나 죄를 씻어내는 행위로 미소기(禊)와 하라에(祓)라는 것이 있다. 《고사기》에서 하라에는 ‘禊祓’ 또는 ‘祓禊’와 같이 미소기를 의미하는 한자표기와 하라에를 의미하는 한자가 결합된 형태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고, ‘祓’가 단독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하라에와 미소기를 비교하여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고사기》연구의 대가인 모토오리 노리나가(本居宣長)는 ‘미소기는 반드시 물가에서 거행하는 행위만을 지칭하는 것이고, 하라에는 물가에서 행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모두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명칭’이라고 그 의미를 규정하고 있다. 다케다 유키치(武田祐吉)는 물의 힘을 수단으로 삼아 몸을 씻어서 깨끗이 하는 것을 미소기라 하고, 천이나 삼베를 수단으로 삼아 더러운 때나 먼지와 같은 것을 털어내고 청정함을 얻는 행위를 하라에라고 규정하며 노리나가와는 달리 ‘수단’에 주목한 점이 특징이다. 아오키 기겐(青木紀元)은 미소기와 하라에는 본래 다른 의미를 가진 행위였지만 이것이 후대에 이르러 씻어내고 털어낸다는 유사한 역할을 공통분모로 삼아, 미소기와 하라에를 일체화시켜 ‘미소기하라에’라는 합성어로 정착된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처럼 하라에는 미소기와 결합된 형태로도 많이 사용되며, 후대에는 그 의미가 섞이기도 한다.


《고사기》에서 전하는 ‘하라에’ 전승을 통해 그 의미를 생각해 보자. 하라에를 의미하는 한자표기가 단독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두 군데 등장한다. 첫 번째는 스사노오가 다카마노하라(高天原)에서 추방당할 때이고, 두 번째는 주아이(仲哀) 천황기에서 ‘오하라에(大祓)’라는 국가 주도의 주요 의식으로 등장한다.

아마테라스를 만나기 위해 스사노오는 다카마노하라로 향하는데, 아마테라스는 자신의 나라를 빼앗으러 왔다고 생각해 전투 태세를 갖추고 스사노오를 맞이한다. 이에 스사노오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자 아마테라스와 서로의 물건을 가지고 주술행위를 해 자식을 탄생시킨다. 스사노오는 자신의 물건에서 연약한 여자아이가 생성되었으니 결백이 증명되었다며 날뛰다가 다카마노하라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이에 놀란 아마테라스가 동굴로 숨어든다. 아마테라스 즉 태양이 사라지자 세상은 어둠에 물들고 나쁜 신들이 날뛴다. 그러자 여러 신들이 모여 아마테라스를 동굴에서 나오도록 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하고, 결국 아마테라스가 밖으로 나오자 세상은 다시 밝아지고 평안해진다.

이후, 다카마노하라의 질서를 어지럽힌 스사노오를 응징한다. ①아마테라스의 밭을 파괴하고, 그 논두렁을 메운 죄, ② 신전에 대변을 뿌린 죄, ③ 금지된 방법으로 아메노후치코마(天斑馬)의 껍데기를 벗긴 죄, 이 세 가지 죄를 물어 스사노오에게 많은 배상을 부과하고 또 수염과 손톱 발톱을 잘라 하라에(祓)를 하도록 하고 추방했다.

- 《고사기》 상권 : 스사노오의 하라에


스사노오가 많은 배상과 함께 수염, 손톱, 발톱을 잘라 죄를 털어내는 과정이 바로 스사노오의 ‘하라에’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주아이천황기에서는 진구(神功)황후의 서쪽 나라로 출정하기에 앞서 신탁을 받드는 과정에서 하라에를 치른다.


앞서 주아이(仲哀)천황이 서쪽의 나라를 정벌하라는 신탁을 받지만 이를 무시하였기에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자 두려워한 황후는 나라의 전체의 폐백을 걷고, ①산 채로 껍질을 벗기는 것, ②거꾸로(금지된 방법으로) 껍질을 벗기는 것, ③논두렁을 파괴하는 것, ④논의 도랑을 메우는 것, ⑤오물을 뿌리는 것, ⑥부모자식간의 간음, ⑦짐승과의 간음의 죄 종류를 들어 나라 전체의 오하라에(大祓)를 행한다.

- 《고사기》 중권:주아이천황기


이 두 전승에서는 공통적으로 ‘하라에’의 대상이 되는 죄목이 등장한다. 스사노오의 하라에에서는 ①아마테라스의 밭을 파괴하고, 그 논두렁을 메운 죄, ② 신전에 대변을 뿌린 죄, ③ 금지된 방법으로 아메노후치코마(天斑馬)의 껍데기를 벗긴 죄라는 3가지 죄목이 나열되어 있다. 또, 주아이 천황기에서는 ①산 채로 껍질을 벗기는 것, ②금지된 방법으로 껍데기를 벗기는 것, ③논두렁을 파괴하는 것, ④논의 도랑을 메우는 것, ⑤오물을 뿌리는 것, ⑥부모자식간의 간음, ⑦짐승과의 간음의 죄라는 7가지 죄목이 나열되어 있다. 이를 통해 두 전승에서 전하는 ‘하라에’의 목적은 모두 죄를 씻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미소기하라에'라는 합성어로도 알 수 있듯이 후대에는 미소기와 그 의미가 혼용되는 경우도 많지만, 《고사기》에서 ‘하라에’가 단독으로 사용된 경우에는 금기(禁忌)로 여겨지던 행위를 함으로써 발생한 '죄'를 씻어내는 행위를 의미한다.



참고문헌

青木紀元(1983) 『日本神話の基礎的研究』風間書房, pp.269-290.

武田祐吉(1937) 「禊祓の意義(古事記)」『国文学解釈と鑑賞』至文堂, pp.5-7.

本居宣長(1911) 『古事記傳』吉川弘文館, pp.328-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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