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7일 앞두고 쓰는 아주 솔직한 기록
7일만 지나면 서른이 되는 지금, 문득 내가 생각했던 인생과 너무 다른 자리에 서 있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나는 내 인생을 다시, 차분히 되돌아보기로 했다.
내가 상상한 30살의 나는 회사 밖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나름대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 줄 알았다. 회사를 다니며 몰래 시작한 사이드 프로젝트가 성공해서 회사를 퇴사할 때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회사를 떠날 줄 알았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부러워하고, 남편도 그런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줄 거라 믿었다. 가족에게도 맛있는 음식도 마음껏 사주고, 외식으로 10만원을 쓰는 일쯤은 아무렇지 않은 삶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나는 여전히 직장을 다니고 있고, 곧 30살이 되지만 여전히 사원이다. 내 나이쯤 되면 회사생활을 오래 한 사람은 적어도 주임이나 대리 정도는 달았을 텐데, 나는 여전히 회사를 옮겨다니며 방황하고 있다. 가족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기는커녕, 5만 원짜리 외식도 아까워서 망설이다가 결국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다.
적어도 직장을 꾸준히 다닌 사람은 연봉도 조금씩 오르고, 커리어도 쌓여 간다. 하지만 나는 직장에서 승진하는 것이 내 꿈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해서 회사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그런 내면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나는 아직도 월 200만 원을 받는 누구나 대체 가능한 직장인일 뿐이다. 그 사실이 참 뼈아프게 느껴진다.
회사를 자주 옮기며 느낀 건 역시 나는 회사라는 공간이 싫다는 것이다. 회사를 버티는 일이 힘들고, 그 안에서의 삶은 내게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회사가 싫을수록 나는 더더욱 회사를 다닐 수밖에 없다.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도망치고 싶지만 특별한 재능이 없는 나는 결국 회사를 다닐 수밖에 없는 운명은 아닐까 싶다. 하지만 40대, 50대가 되어서도 지금처럼 회사에만 매여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면 끔찍하다.
나는 언제부터 내 인생은 꼭 성공해야 한다고 믿게 되었을까. 학교에서도 적어도 중간 이상은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다닐 때도 모나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애썼다. 주어진 일은 반드시 잘 해내야 한다고 믿었고, 입사 초기에는 상사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메모하며 외우기까지 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실수하는 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잘 해온 일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두 가지가 있다. 바로 결혼과 창업이다.
결혼은 남들보다 이른 26살에 했다. 후회는 없다. 오히려 일찍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결혼을 하면서 경제관념이 생겼고, 그전까지는 그저 돈을 모으기만 했다면 이제는 재테크라는 것도 조금씩 배우게 되었다. 그 덕분에 내집마련에도 성공했다. 혼자였다면 해내지 못했을 텐데 남편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창업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이었다. 큰 리스크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정말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시도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처럼 큰 위기는 오지 않았다. 드라마에서만 보던 부도나 딱지가 붙는 일도, 적자로 문을 닫는 일도 없었다.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별거 아니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왜 예전의 나는 창업을 그렇게 무서워했을까 싶다.
남편이 있고, 집이 있고, 강아지도 있다. 이 정도면 이미 성공한 삶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일’이라는 영역에서 완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나는 회사가 아닌 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 과정이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언젠가 그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면, 그때 나는 비로소 “정말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