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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Jun 29. 2024

[호주] 감자튀김

느끼함과 고소함 그 사이에서

"오빠 피시 앤 칩스는 어디가 맛있어요?"


내가 일하는 카페에 이제 막 한국에서 워홀을 온 친구가 물어본 질문이다. 나도 그랬고 호주에 놀러 오거나 살러오는 사람들이 처음에 먹는 것에 익숙지 않기 때문에 호주에 유명한 음식이 무엇일까 궁금해하면서 자주 하는 질문이다. 뭘 먹어야 하지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면 호주를 다녀온 사람들은 온통 호주에 가면 무조건 피시 앤 칩스를 먹어야 한다며 글을 올린다. 호주가 피시 앤 칩스가 맛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호주라서 생선튀김과 감자튀김이 맛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펄펄 끓는 고소한 기름에 신선한 생선과 감자를 튀기면 그게 어느 나라든 언제든 맛이 없을 수 있을까?


호주라는 나라는 모든 중심지구 자체가 해안에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신선한 생선을 공급받기 조금 더 쉽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심지어 생업으로 하는 건 아니겠지만 유명한 관광지 근처 부두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렇게 갓 잡은 흰살생선을 집으로 가져가서 생선 살을 발라내고 밀가루를 풀어놓은 물에 살짝 묻혀서 튀겨내면 바삭한 생선튀김이 완성된다. 여기에 터프하게 썰어놓은 감자도 함께 튀겨내면 피시 앤 칩스가 완성된다. 4분의 1로 조각낸 레몬을 튀김 위에 골고루 짜서 느끼한 맛을 중화시킨다. 


너무나 흔한 음식이지만 호주라서 특히 맛있게 느껴지는 건 여기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갑갑한 도시 속에서 바쁘게 먹는 생선튀김은 먹는 당시에는 허기에 져서 너무나 맛있게 먹지만 사실 며칠만 지나도 그 맛이나 장면들이 생생히 생각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호주는 다르다. 쉬는 날 멋진 해변에 가서 높은 파도가 철썩이는 바다에 뛰어 들어간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물놀이를 하다가 춥고 허기가 지기 시작하면 간단히 물기만 닦아내고 근처에 있는 피시 앤 칩스 집으로 간다. 천천히 해변 근처를 걷다가 경치 좋은 곳에 앉아서 맛있게 음식을 나눠 먹는다. 이렇게 맛본 피시 앤 칩스는 잊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인터넷에 '호주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라고 검색을 하면 또 피시 앤 칩스를 마주할 것이다. 앞서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글의 주인이 왜 흔하디 흔한 생선튀김과 감자튀김을 꼭 먹어보라고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는 음식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게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새삼 느끼고 있다.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그런 음식이 하나쯤 있었는지 생각해 보시길. 


피시 앤 칩스는 아니지만, 피자와 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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