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방문할 때마다 별로 말 수도 없으신 경상도 할아버지 얼굴이 살이 찌셨는지 좋아 보인다.
그래서 뭐 좋은 거 드셨냐고 여쭤보았더니 할머니 말씀이..
"내가 보름 병원에 입원해 있었더니 저래 얼굴이 좋아졌다아잉교?"
ㅎㅎㅎㅎㅎ아...웃기는 하는데 왠지 껄쩍지근하다..
밤마다 여기저기 주물러 달라는 할머니가 없으니 꿀잠을 주무시고 가뿐한 아침에 맛나게 식사도 하시면서 살이 오르신거라는 결론이다.
상담하는 내내 방문에 회의적인 반응이셨던 할아버지는 할머니 질환관리에 대해 무심한척 하면서 집중하고 계시는 게 참 외람되지만 귀여우시다..ㅋㅋㅋ
심한 위궤양으로 밤새 토하는 할머니가 적잖이
걱정이 되셨던 할아버지는 끝내 내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시고 기억력을 확실히 살리기위해 연거푸 같은 질문을 하신다.
영양식 설명을 꼼꼼히 들으신 후 내 자리 전화번호까지 메모해 놓으신다.
푸근해진 마음을 안고 나오면서 생각한다.
80,90의 인생의 마지막에 아웅다웅, 티격태격해도 내 입으로 "영감탱이~!". "할망구~!!!"라 부를 수 있는 만만한 이가 곁에 있는 것만큼 든든하게 의지되는 이름이 또 있을까...
60대까지도 황혼이혼을 꿈꾸던 부부가 70이 넘어서면서 여기저기 큰 병으로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하면 오히려 부부금슬이 좋아지는 어르신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 분들이 흘리 듯 하시는 말씀은 공통적이다.
"아무리 효자든, 일해주러 오는 사람이든 곁에 있는 사람만한 사람이 있것어?
기양 둘이 짜작짜작하면서 볶으면서 살아도 누가 있것냐고..
이라고 둘이 살다 가는거지.."
노년..그것도 인생의 말년에서의 사랑은 뜨겁지는 않아도 더욱 돈독하고 절실한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젊었을 때의 변덕스럽고 격동적인 사랑에서 세상에서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서로에 대해 느끼는 끈끈한 우애 또한 소중한 사랑이라 부를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