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매우 친했던 사촌언니를 한참을 못 봤다가 최근에 가족만남이 있어서 언니네 가족을 보게 되었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세탁소를 하는 언니는
여전히 형부와 함께 꾸려 가고 있었다.
형부도 약간의 허세가 있는 유머는 여전하였고 배도 많이 나와 있는 것 말고는 두 분 다 그대로였다.
하루종일 그 좁은 세탁소에서 둘이서 지내는 일이 참 답답해 보였는데 언니는 그래도 잘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언니의 나이도 곧 60세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왠지 안쓰러워 보였다.
그리고 몇 일 뒤 언니는 안부 전화를 걸어왔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활동적인 내 성격이 부럽다며 자신도 작년에 자전거 동호회를 들었는데 형부는 그걸 못마땅하게 여겨 두 시간 정도의 여가시간 조차 매우 불만스러워 하고 못 나가게 한다는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못 견뎌한다는 게 그 이유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이제껏 형부에게 그런 모습이 있었다니....
언니는 많이 답답하고 자꾸 기분도 가라앉고 갑갑증이 생겨서 이제는 너무 힘들다고 하였다.
나는 언니에게 형부에게 지금 이 얘기를 하라고 했다.
오래 함께 서로 즐겁게 일하려면 그 시간이 언니에게 꼭 필요하다고 꼭 이해해 주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언니는 원래 매우 외향적이고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기를 매우 좋아하는 성격이어서 아가씨때는 여기저기 여행도 많이 다니는 사람이었으나
형부가 늘 언니가 곁에 없으면 힘들어하는 것 때문에 되도록 형부에게 맞추다보니 그런 여행은 꿈도 꿀 수 없게 되었고 그저 주어진 육아와 가사, 그리고 일까지 완벽하게 해 내기는 하나 늘 무언가 허전하고 자신의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늘 쾌활한 언니부부에게 그런 풀지 못하는 숙제 있었을 줄 생각지도 못 했다.
언니네 부부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었다.
지금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이든, 몇 십년 함께 산 부부든 누구든 사랑할 때는 최대한 서로에게 맞추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맞추는 것은
내가 다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기에 불편하지 않도록 서로에게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고 상대의 고유성을 인정하고 서로 다치지 않고 사랑하려고 그러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무리하게 상대를 변화시키려 하거나
각자에게 최소한의 자유와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관계는 언제나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해결되지 않고 타협이 되지 않는 문제는 인정해줘야 하나 그것이 되지 않을 때
언젠가는 그것으로 인해 이별을 고해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타협할 수 있다면 최대한 타협해야 하는 것이 옳고
수용되지 않고 상대에게 이별을 준비할 만큼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면 각자의 길을 가야한다.
사랑한다면 수용해 줄 수 있는 만큼은
최대한 수용해야 하지만 각자의 최소한의 자유는 인정해줘야 오래 함께 갈 수 있다.
사랑한다면 상대가 너무 싫어하니까 내가 포기해야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면 둘에게는 늘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서운함이 생길 수 밖에 없으며
그 틈으로 작은 거짓말들이 끼어들기 시작할 수 밖에 없다.
사랑으로 모든 것을 덮을 수 없고
사랑으로 내 자신을 모두 포기할 수도 없다.
그 점을 자꾸만 잊을 때 사랑이라는 미명으로
사랑하는 이의 날개를 꺽어 곁에 두려 욕심을 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럴 수록 사랑하는 이는
활기를 잃어갈 것이고 급기야는 좁혀오는 당신의 품이 갑갑하여 밀어내게 될지도 모른다.
사랑 할수록 자유롭게 날다가 언제든 날아들 수 있도록 넉넉한 품으로 품어줘야 한다.
그 자유를 누리다가 돌아오는 것도 사랑하는 이의 몫이고 날아가 버리는 것도 그 사람의 결정이다.
인연이라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은 묶어두려 할수록 뒷걸음질 치는 것이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사랑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는 진실을
늘 기억하고 후회없는 사랑을 해야 하고
최선을 다해 서로를 믿어보는 수 밖에 없다.
사랑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가 않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약하고 변화무쌍한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구름과 같은 그 마음을 잡아두려 어리석게 욕심을 부리는 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내 사랑과 믿음의 품으로 자꾸만 날아들 수 있도록 품어 주는 것 말고는 달리 사랑하는 이를 곁에 둘 수 있는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