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아프고 사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요?

by 바다에 지는 별

"사람들이 제 병으로 얘기하는 게 너무 감당하기 어렵고 고통스럽고 힘들어요."


오늘 방문 드린 젊은 대상자분의 얘기다.


그 분은 과거 참 많은 운동을 열정적으로 했고 사회생활도 문제 없이 거뜬히 해 낸 멋진 청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사회생활 중에 겪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10년 넘게 정신과약을 복용하고 계시는 분이다.


1월말 찾았을 때는 깔끔하고 활기로 가득했었는데 오늘은 왠지 그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말씀을 나누는 중 몇 개월 전부터 용기내어 어떤 모임에 나가게 되면서 마음도 힘들고 생각도 많아졌다고 했다.


언젠가부터 자신의 질환에 대해서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을 듣게 되었고 그로 인해 마음이 심란해졌다고 했다.


정신과약을 투약 중인 분들은 자신의 질환에 대해서 숨기고 싶어하고 타인들이 자신에 대해 얘기하는 것에 대해 극도로 예민하고 그들의 사소한 말 한마디나 반응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오랫동안 자신의 질환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매우 위축되어 있는 그 분들에게는 작은 소모임 조차도 매우 큰 모험이고 도전이기 때문에 그 곳에서 만난 한 사람 , 한 사람의 시선이나 반응은 매우 큰 의미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정신적으로 약하고 마음도 매우 여리며 내성적인 성향의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분들의 그러한 노력은 어쩌면 최대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으로 시도하는 것일 때가 많기에 그 모임이나 만남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상처를 받게 되면 그 분들에게는 치명적이다.


그 하나의 이벤트로 인해서 장기 입원을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갈 수 있을만큼의 큰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담하는 내내 매우 불안정하고 불안한 반응을 보이는 그 분에게 당분간은 모든 자극이 되는 것은 차단하시고 주치의와 다시 상담하시도록 간단히 말씀드리면서 힘주어 말했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은 비겁하고 인간성에 문제가 있는 거예요. 그렇죠?

그러니 이제는 생각을 바꿔보세요.


본인의 질환이 문제가 아니라 본인의 병에 대해 나쁜 얘기하는 사람이 문제가 있는 거예요...


고혈압, 당뇨병처럼 몸이 아픈 사람들에게 주변사람들은 그 질환에 대해서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아요..몸이 아픈 건 안 이상하고 마음이 아픈 건 이상한 건가요?


사람이 몸과 마음이 하난데 어떻게 그렇게 따로 생각하는 거죠?(흥분하고 있었음..ㅋㅋ)


그 분들이 그렇게 쉽게 얘기하는 건

그런 생각을 안 해봐서...몰라서 그런 편견을 가지는 거예요.


한번도 자신이 아플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해봤기 때문에..


대상자분이 얼마나 질환 관리도 잘하고 잘 지내려고 많은 노력을 하는 분인데..그런 용기 사람들 알 수도 없을 걸요?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하세요.

자신감을 가지시고

더 이상 그냥 내뱉는 사람들 말에 상처 그대로 받고 계시지 마시고 이제는 자신을 보호하세요."


오늘도 나는 흥분하고 말았다.

몸이 아픈 것도 힘들지만 정신질환으로 받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질환이 생기는 이유는 여러가지지만 그들은 자신의 질환이 심각하면 심각할 수록 세상의 모든 인연들과 단절되어 지독한 외로움을 친구삼아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


설령 용기를 내어 세상사람들과 섞이려고 커다란 용기의 발걸음을 떼었다가도 사람들이 던지는 사소한 시선이나 말 한마디에 금방 주저앉아 버리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요즘처럼 경쟁이 심하고 경제적으로도 많은 압박감을 받으며 상대적인 박탈감이 고조되어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지금처럼 언제까지나 건강하다 자신할 수 있는가?


언제일지 모르나 팽팽한 긴장의 끈을 놓치는 순간 우리도 몸이든, 마음이든 고장날 수 있고, 아플 수 있는 것이다.


갈수록 각박해지고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홀로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

아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픈 것은 같은 것이다.


마음이 아플 때 몸도 따라 아프게 되고

몸이 아플 때 마음도 가라앉게 된다.

즉, 우리의 몸과 마음은 하나이고 그 어느 것의 경중을 가릴 수 없다.


아픈 것은 그냥 아픈 것이다.


그들만의 고통과 두려움과 불안의 시간에 대해 상상할 수도 없다면 차라리 그들에게 그 어떤 의미의 시선도 거두자.


쓸데없는 호기심이나 편견은 그들의 삶을 더욱 버겁게 하고 세상을 향해 일어서보려 노력하는 무릎의 힘을 꺽어 버리는 것이다.


아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도, 호기심도, 편견도 아니다.

그저 폭폭한 세상을 함께 숨쉬고 살아갈 수 있도록 따뜻하기까지 할 필요는 없으나 나와 다른 사람일 거라는 이질감 정도만 없애보려 노력해 보자.


그저 당신이 아픈 것처럼 나도 아플 수 있고

내가 오늘 하루 돈버느라 버거운 하루를 지낸 것 처럼 그들 또한 자신의 질환과 싸우며 격심한 외로움으로 하루를 버텨냈을 거라는 것을 한번쯤은 생각해 보자.


정상과 비정상,

질환자와 건강한 자,

구획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아파봐야 아픈 사람의 심정을 알 수 있을까요? 당신의 버거운 하루가 그 분들에게도 무수한 내 안의 적과 치열하게 불화하며 살아낸 하루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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