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오래 전부터였나 보다.

by 바다에 지는 별

눈을 뜨자마자 리모콘으로 켠 텔레비젼은 하루종일 그리고 잠든 후에도 계속 떠들고 있었다.

그는 한 곳만 필사적으로 응시했었다.

그가 자리한 몇 미터 반경에 굳건한 결계가 쳐진 느낌.


그래서 나는 그에게 어떤 말도 쉽게 걸 수도 없었고, 그를 향해 그 어떤 도움도 요청할 수 없었다.


굳게 다문 입술은 그가 입을 열어야 할 상황이 와도 표정으로, 고개짓으로 말을 대신할 뿐 그는 말을 잃어버린 사람 같았다.


같은 공간에 함께 있지만 그는 그 곳에 함께 있지 않았다.


그의 멍한 눈은 무엇을 그리워 했고, 무엇을 갈망하기에 나를 외면했던 것일까?

나의 외마디 비명에도 그의 귀는 닫혀 있었고, 두 눈은 멀어 있었다.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된 지 오래 되었던 것 같다.

그 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말이었지만 그것이 진실이었단 걸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사랑이 아니어도 정이라는 이름으로라도 한 줄기 마음만이라도 내게 걸려있길 바랐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그는 지쳐 있었고 더 이상 그에게 기쁨도, 즐거움도, 편안함도 줄 수 없는 내가 되어 있었고 그는 내게서 아무 것도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을 뿐이다.


내가 생각지도 못할만큼 이미 아주 오래 전부터.


https://youtu.be/fmq2k0MkZ0g


매거진의 이전글바람같은 사랑 후 남겨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