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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에 지는 별 Jan 13. 2018

쉽게  끝이라 하지 말아요.

"우리는 끝난 것 같아.  더 이상 사랑도 없이 껍데기만 남은 우리가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


서로 함께 한 지 20년의 시간을 넘어가고 있는 우리에게 아직 사랑이란 이름이 한 조각이라도 남아 있다면 다행이겠지.


 젊은 혈기의 사랑으로 시작했으나 가족이란 이름이 되고 서로를 닮은 분신들이 생기고, 그들과 함께 어른이 되어가면서 과연 사랑이란 감정이 남아 있기가 그리 쉬운 일일까 생각해 보자고 나는 대답했다.


하지만 이 또한 또 다른 이름의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게 아닐까란 얘기도....





내게 있는 유일한 금덩어리.


몇 달 전부터 풀 수도 없는 이 18금 목걸이를 오늘 무슨 의욕이 생겼는지 한 시간 내내 노안으로 보이지도 않는 맨 눈으로 이리저리 만져보고, 풀어보려 애쓰고 있었다.


쉽기가 않았다.

마음을 진정시키려 좋은 노래를 틀어놓고 달래가며 애써 보았지만 역시 쉽지가 않았다.


다시 방치.



이리저리 애쓰면서 부부의 관계도 이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이어졌다.

내게 있는 유일한 금이라서 던져버리기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아예 못 본 척 할 수도 없지만 어쨌든 풀어보려 노력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오랜 시간 함께 부대끼며 살아내야 하는 부부를 닮았다는 생각.


서로 비슷한 사람이 만나 노력하며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결혼.


하지만 대부분은 너무도 다른 모습에 지치고 반복되는 문제로 서로 부대끼며 누군가는 서로를 포기하기도 하고, 그 누군가는 그래도 서로 맞춰서 살아내보려 노력해 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모습도 모두 사랑이라 부르고 싶다.


지금의 시간에 와서 서로를 독점하려는 욕심 따위는 얼토당토 안한 욕심이란 걸 알아버렸다면 각자의 시간과 취향과, 의향을 포기가 되었든 인정이 되었든 어떤 형태로든 서로를 외면하지 않고 맞춰서 한 공간에서 서로의 자리를 지켜가는 것 또한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뜨겁지 않아도,

미적지근한 관심이라고 하더라도,

각자가 맡겨진 이름으로만 살아낸다고 하더라도 지나 온 시간에 맞춰진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다.


적어도 자신의 것을, 자신의 책임을 져버리거나, 도망치지는 않은 것만으로도 어쩌면 처음 시작한 사랑에 대한 믿음이고 신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랑....



무조건 뜨겁게 불타올라야만 사랑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다양한 인생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들이기에 각자에게 지켜오고 있는 최소한의 고리들을 이어가는 모습도 우리는 고마운 사랑이라 부를만큼의 유연함과 넉넉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끝내는 풀지 못하고 다시 던져 놓아진 녀석.


인생에서 도저히 풀리지가 않고, 도저히 맞춰지지 않는다면 또 다시 잠시 접어두자.


섣불리 사랑이 아니라고,

이제 우리의 관계는 끝이라고 얘기하지 말자.


 눈물이 되었든, 실수의 회한으로 다시 돌아 와 눈을 씻고 다시 바라보게 되든

시간을 지나고 다시 바라보는 서로는 또다른 사람이든, 사랑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끝내 풀지도, 이해할 수도 없는 그대로 서로를 놓아버리게 될지도 모르지만 기억하자.


꼭 뜨거운 것만이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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