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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에 지는 별 Jun 07. 2022

조퇴는 안 됩니다.  숙제하세요.

힘든 하루의 고백(자살에 대한 이야기)

얼마 전부터 사람들이 다시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말투, 주변의 소음, 심지어는 내 옆의 사람조차 너무 귀찮고 참기가 어려워졌다.  조용히 지나가겠지 싶어 최대한 혼자 웅크리고 지냈다.  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짜증과 화가 나서 견디기 힘들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자살충동....


먹기 싫었지만 배고픈 것도 화가 나고, 먹고 있는 나도 짜증 나고 화가 났다.  병원을 가야 하지만 임의로 약을 중단한 내가 의사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마음이 심란했다.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대충 컵라면에 밥을 말아먹고 침대에 누웠다.  하기 싫은 설거지를 우당탕하다가 베인 손등이 쓰라렸다.  그래도... 설거지는 했네?  마음속 희미하고 싱거운 웃음이 살짝 지나갔다.  하나하나 구차하고, 무의미해 보였다.  하지만 나는 밥을 먹었다.  살려고...

거친 파도도 곧 잠잠해질 거야...괜찮아...

얼마 전에 읽었던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이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딸이 16살에 살해당하고, 아내마저 자살한 남자가 진범을 밝히고, 딸을 죽인 이유를 직접 듣고 주변 상황을 제대로 돌려놓고 그는 아내의 유골함을 들고 딸이 죽은 자리로 가서 그 또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내용이다.  그때 나는 자식을 잃은 남자의 고통의 시간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한참을 힘들었던 기억이 났다.  


숙제하기 싫어서 또 도망치고 싶었던 자신을 반성한다.  주어진 숙제....

아직 집에 가면 안 된다.  숙제가 안 끝났다.  조퇴는 안 된다.  아이들에게 평소 말했던 주어진 책임을 다하라는 이야기는 내게도 해당된다.  


숙제는 스스로, 책임감 있게 스스로 할 것!!!!


그래도 한동안 잠잠했다.  실로 오랜만에 마주하는 감정이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지 싶다.  조금 시간을 벌자.  조금만 참자.  다시 평온한 날이 올 것이다.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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