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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무서웠던 아침에서 평화로운 아침으로...

by 바다에 지는 별

대인기피증이 있는 내게 빠른 걸음으로 지나치는 무작위의 사람들의 발걸음을 불러 세우는 일은 너무도 공포스러운 일이어서 일을 시작하기 일주일 전부터 약한 가슴통증까지 찾아왔다.


일을 시작하기 전 날은 아예 악몽으로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나 자신에게 다독였다.


"하면 잘할 거면서....ㅎ"


그렇다. 나는 그날 무려 20명 넘게 명단을 받아냈고, 그 성취감과 희열로 들떴었다. 복직한 지 4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새로운 일 투성이에 타인을 만나 무언가를 주고받아야 하는 일이 내게는 늘 커다란 두려움이고, 불안감을 안겨 준다.


하지만 세상은 나의 사정 따위는 봐주지 않는다. 그냥 해내야만 하는 일이기에 내 병명 뒤로 나를 숨길 수도 없다. 그리고 나 또한 더 이상 숨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는 중이다. 병이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상황에 따라 악화와 호전 심지어 완쾌되기도 하지 않는가.


담당의사는 늘 소소한 자신만의 한계를 정해 두라고 말해 주었다. 최고치가 아니라, 한계치 말이다. 무척이나 위로가 되고 감사한 말이었다. 그래서 나 또한 나를 귀히 여기며 나의 한계치에 다다르거나, 또는 살짝 넘어가 보려 애쓰며 지내고 있다.


더 이상 봐주지 않는, 인정머리 없는 세상을 원망하는 일을 그만두는 중이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고, 누구도 못할만한 일은 없다. 다 해 낼 수는 없지만 노력할 수 있고, 그 일을 도울 이도 분명 내 주변에는 있으니까.


오늘도 긴장하지 않고 평화롭게 아침을 시작한다.

파이팅!!!!!

김유경님의 줄줄이 호떡 그림책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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