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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Jun 03. 2019

두 번째 회사에서의 첫 출근

6개월 백수 기간이 주었던 행복한 기억

오랜만에 작가의 서랍을 열어보니 지금 다니는 회사에 첫 출근 했던 날의 일기가 남아있어 벌써 8개월 전의 일을 꺼내보기로 했다.


다른 회사로의 첫 출근

지난 글에도 알렸지만 새로운 회사로 입사가 결정되었고, 벌써 일주일 만근을 하였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것도 그렇고 (회사) 가기 싫은 마음이 너무 커서 그런지 매일 아침마다 느즈막히 일어나 백수의 일상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으로 뭉개곤 한다.

평일 오후에 전시회 가는 상상이 현실이 되다

 딱 6개월이었다. 3개월 정도 놀면 심심하겠거니 했는데 놀면 놀수록 더 놀고 싶었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은 생각보다 빨리 접었다. 어차피 내 장래 희망은 돈 많은 백수로 바뀐지 오래니까. 백수지만 돈 걱정이 없으면 남들이 백수라고 불러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돈 걱정이 시작되는 순간, 백수라는 사실이 창피하고 초라했다.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이 스스로 느껴져서 안되겠다 싶었던 것도 있다. 그렇게 다양한 곳에 입사 원서를 넣으면서 느꼈던 건 난 신입때만큼이나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철없는 사람이고 별 다른 노력 없이 쉽게 새로운 직장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착각했다는 것이다.

백수로써 원없이 덕질도 했다

첫 출근 전 날밤, 내일이면 새로운 곳에 출근하고 그 동안 해온 일과는 조금 다른 일을 하고 완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겠지, 라며 걱정이 태산같았다.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회사는 회사고 내가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돈을 버는 것이라는 걸 가슴 속에 깊이 새기기로 했다. 신입 때 처럼 내 삶과 회사 일을 분리하지 못해서 부들부들 하는 건 더 이상 하지 않겠다며. 그리고 퇴근 지문을 찍는 순간, 일과 멀어지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아직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건 아니라 쉽지만 후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부모님은 그래도 우리 딸이 자기 밥벌이는 할 수 있구나, 라며 안도하시는 듯했고 다시 시작된 직장 생활을 응원하면서도 안타까워하시기도 했다. 전 직장과 비슷한 곳에 위치해 결국은 4년째 같은 루트로 출퇴근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점을 가장 안타까워하시는 게 함정이지만.

그리고 평생 후회하지 않을 엄마와의 유럽 여행

우리 회사 옥상에서 바라보면 전 회사가 있는 빌딩이 보인다. 가끔은 생각한다. 저기에 머무르는 게 나의 커리어에 좋았을까? 따뜻한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은 위로받았을까? 너무 배부른 소린가?


그리고 8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지금 회사에 만족한다.

이 곳에 와서 안정이라는 걸 생각할 수 있었고, 크리에이티브한 것을 좋아했지만 잘하지 못한다는 것에 얼만큼 스트레스 받고 있었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업무가 안정적이라는 느낌은 일상 역시 안정적으로 만들었고, 현실에서 숨어버리고 싶다는 생각보다 더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겐 신의 직장일 수 있는 곳이 나에겐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지만, 나는 6개월 동안 이직을 준비하며 놀았던 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온전히 나에 대해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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