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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Jun 13. 2017

우리 사이? 친구 사이!

니가 알던 우리가 아니야

야 이게 뭐라고 사진까지 찍어ㅋㅋㅋ​ㅋㅋㅋㅋ

커피를 사들고 총총 걸음으로 걸어오는 친구를 보며 내가 왜케 귀여워? 왜케 매너가 넘쳐욧??? 했더니 친구가 함박웃음을 짓는다.

요즘 나는 그렇다.
매사가 재미없고 우울하고 짜증나지만! 그래도 친구들이 있어 소소한 것에 빵터지고, 같이 욕하고, 다 풀어버리게 된다. 예전엔 당연하면서도 스트레스받았던 만남이 친구들을 만나 하나씩 털어놓다보면 응? 얘가 이런 생각을 갖고 살고 있었단 말이야? 하는 부분도 보인다. 10년도 넘게 알던 친구들인데 왜 이제서야? 하는 부분도 많다.

굳이 답을 찾자니 10년도 넘게 알던 친구들이지만 내가 많이 변하긴 했나보다. 그 동안 내 친구들은 나의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이었고, 나는 말하는 사람 또는 고민이 많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아주 간단히 맥주를 먹자고 해도 '난 별로!' 하고 빼던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던 듯하고.

그런데 내가 조금 변한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하나씩 자기 고민을 꺼낸다. 분명 흔한 동네친구끼리의 퇴근길 만남이었는데 갑자기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기도 하고, 자정 넘은 시각에 부재중이 남겨있어 연락하면 불쑥 주말에 시간 되냐고 묻기도 한다. 매 주말마다 아침에 "오늘은 뭐하는데 너"라고 물어주는 친구도 있고.

그렇다고 10년 넘은 친구들만 그런 건 또 아니다. 2년 좀 넘게 회사 생활을 하다보니 이제 마음을 열기 시작한 동생, 언니부터 오래는 알았지만 알고보니 공감 포인트가 많아 이제서야 친해지게 된 사람들까지. 어쩌면 나는 이 모든 것에 철벽을 치고 나 자신을 꽁꽁 가둬온 게 아닐까 싶다.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인간관계에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던 것이 가둬 둔 이유일 수도 있겠지. 적당한 거리감과 적당한 공감의 능력을 이제야 깨친 걸까. 사실 난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물론 그 동안 알고 지내온 모든 친구가 다 그런 존재는 아니다. 이제 누군가는 피하고 싶은 존재가 되었다. 서른 가까이된 나이에 굳이 스트레스 받는 인간관계를 지속시키고 싶은 마음도 없다. 예전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던 나는 없다. 인간관계에도 아닌 건 아닌 거라고 생각하는 내가 되었다. 니가 알던 내가 아니야. (ㅋㅋㅋ)

그 동안은 내 고민을 들어주던 친구들이었다면, 이제는 우리가 알아온 시간의 일들과 우리만이 이해할 수 있는 그 울타리까지 모두 연결해서 공감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 감사하고, 미안하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나이 먹는 게 조금은 서글픈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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