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리 Jun 10. 2019

내 인생의 남자 주인공

찾았다, 내 베스트 프렌드

참 많이 변한 거 같아

거의 일 년 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는 지금의 나를 보면 고등학교 때의 나는 누구였나 싶을 정도로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단다. 사실 본질적인 나는 변하지 않은 거 같지만 몇 단계의 변천사가 있다고 했다.

1. 대학 입학하기 전까지의 나

2. 휴학하기 전까지의 나

3. 첫 직장에 입사한 후의 나

4. 이탈리아에 다녀오고 나서의 나.


친구들 말대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있던 시기마다 점점 단단해졌지만 내 인생인데도 불구하고 내 인생에 주인공은 항상 내가 아니었다. 그런 나에게도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야 라는 생각이 자리 잡은 건 2017년 봄이었다. 긴 머리는 단발머리로, 차분했던 검정머리를 레드 브라운으로 염색한 후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나자 모두가 놀랐다.

열애중 이라는 단어 하나로 연애한다고 자랑했다!

그때부터 누군가와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면 나 자신을 잃지 말아야지, 라는 다짐을 하게 됐다. 연애할 때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이 내가 아닌 상대방이 되어버리는 레퍼토리를 더 이상 원하지 않았다. 누굴 만나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고, 그게 아니라면 누굴 만나고 싶은 생각이나 노력은 쓸데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 나를 있는 그대로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찾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같이 아주 어려운 일이라 점점 포기하게 되었다.

프로포즈 받은 날, 평생 이 손을 놓지 않겠다 약속했다.

그 무렵 친한 친구의 소개를 받았다. 이 친구로 말할 것 같으면 벌써 세 번째인가. 전 연애가 끝나고 너랑 잘 어울릴만한 친구를 소개해준다고 그 자리에서 전화를 하더니 아 얘 여자 친구가 있었네.라고 했고, 그다음엔 내가 퇴사할 때 소개팅하라고 해서 내 인생 최대 위기의 순간에 무슨 소개팅이냐고 했고, 그리고 또다시 소개팅을 하란다. 넌 친구가 걔밖에 없냐?라고 면박을 줬지만 십년지기 친구가 소개해주고 싶은 걸 보면 꽤 궁금했다. 대체 누구신데...

이 이야기의 결말은 그 남자가 지금 내 남자 친구이자 내 인생 최고의 절친이 되었다는 나름대로의 해피엔딩이 되겠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 그리고 그런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단단해진 나. 이제 내 인생에서 주인공인 내 손을 꼭 잡고 같이 걸어갈 주인공이 생긴 것 같다.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세워주는 조연이 아니라, 나와 같이 발맞추어 함께 걸어갈 나만의 남자 주인공. 그게 너라서 참 다행이다.


이전 26화 대한민국 가장 아름다운 일몰 스팟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