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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리 Jul 07. 2021

첫 외출 in 말레이시아

열기구의 설렘이 평지를 걷는 평온함으로 바뀌는 경험

두근두근 

아침부터 내 심장은 쉬지 않고 요동치고 있었다.

열기구가 출발하기 직전 같은 떨림과 설렘으로


비록 코로나 백신을 맞기 위해 나가는 짧은 두 시간의 나들이였지만

처음으로 시내까지 조금 멀리 가야 하는 진정한 의미의 첫 외출이었다.

그것도 나 혼자!


여기서는 언제나 영어가 가장 걱정이다. 아니 사실 좀 담대해지긴 했다.

어딜 가나 한국 사람은 많고 나의 손짓 발짓 눈짓에 알아듣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내가 택시는 잘 탈 수 있나, 도착해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나 떨리고

집 앞이 아닌 시내를 구경한다는 생각에 아주 아주 설레었다.




그런데 어렵지 않게 택시를 타고 설레는 마음으로 창 밖을 본 순간

나는 깨닫고 말았다.

"아 예쁘지 않구나"


여행을 가면 어디를 보던 내 눈에 필터가 낀 듯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사진을 찍고 나면 한 단계 밝고 부드럽게 보정하듯이

 

나는 그걸 기대하고 창 밖을 바라보았는데 그냥 평온할 뿐 특별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가 오고 있어서 "아 오늘은 어둡구나 춥겠다"라는 무미건조한 단어들만 떠올랐을 뿐이다.

여행이 아닌 꽤 오래 여기서 살려고 한다는 걸 나는 완전히 받아들였나 보다


택시기사님도 무뚝뚝한 분은 한마디 말이 없으시고 친절한 분은 이것저것 물어보시며 다정하게 해 주신다.

한국하고 어찌나 똑같던지


세계무역센터에 도착하고 넘쳐나는 외국인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잠깐 이었을 뿐

 예약된 수많은 사람을 안내해야 하는 경찰관들의 기계적인 안내에 물 흐르듯이 3층까지 올라갔다,

길을 안내하는 사람, 여권 등을 확인하는 사람이 넘쳐나서 귀찮을 정도였고 혹여나 다른 곳으로 갈까 봐 가야 하는 길이 아니면 다 막아놓은 덕분에 길을 못 찾으래야 못 찾을 수가 없었다.

말을 못 알아들을 땐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여주며 눈썹만 찡긋하면 직원들이 알아서 척척 일을 진행시켰다.

남편은 나를 왜 이리 걱정했을까..

1층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던 계속된 잔소리들이 무색하다.


이 날의 마무리는 뜻밖에도 기념사진이다.

어딜 가나 기념사진 찍는 것 역시 여기도 똑같아서 떡하니 기념사진 찍는 곳이 출구 바로 앞에 있었다.

"나도 찍고 싶다. 셀카로는 안되려나?"

고민도 잠시

옆에 있던 사람의 제안으로 번갈아 가며 사진을 찍었다.

처음 보는 사람, 그것도 외국인의 사진을 찍고 또 찍히다니 신기했지만 역시나 이 신기함도 금세 사라졌고

어색하게 웃는 마스크를 쓴 나의 사진만 내 휴대폰에 남았다.




이제 내가 이곳에 사는 사람 같다.

어디든 갈 수 있겠다 싶고


나도 그동안은 내 딸아이처럼 빙글빙글 돌고 있는 우주 속에 있는 것처럼 느꼈었나 보다

이런 자신감을 느끼는 것 보니

나도 부모랍시고 가르치려 들지만 애나 나나 똑같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전히 나는 말레이시아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고 또 두렵고 설레는 경험이 4년 동안 계속될 거란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오늘의 경험은 앞으로의 일들을 좀 더 수월하게 해 주게 될 거란 것도 알겠다.

만약 어렵고 힘든 일이라면

백신을 맞고 오른 하루 동안의 미열처럼

너무 힘들지 않게 겪어내었으면

기념사진을 찍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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