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태리 Jul 30. 2024

잠을 자 바보야

두 번째 대상포진이라니

욱신 욱신 설거지를 하는 왼쪽 팔목이 아파왔다. 익숙한 느낌에 바로 알아차렸다. 또 대상포진이 걸렸다는 걸.

처음엔 그저 귀찮고 짜증이 났다. 오른쪽 팔에 대상포진이 걸린 지 1년 정도 지났을 뿐인 데다 요즘 특별히 힘든 것도 없었다. 감기나 그저 그런 아픔이라면 집에 있는 약으로 대충 넘어가 보겠지만 작년의 경험으로 대상포진은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 며칠만 모른 척해볼까 참아볼까 했는데 왼쪽 팔목이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수포가 생기던 작년의 평범한 증상과 다르게 이번엔 눈에 뻔이 보이도록 팔이 부었다.

아픈 것도 힘들지만 멀쩡하던 팔이 갑자기 부어오르는 걸 보는 게 무서웠다. 덕분에 병원 가기를 미루려던 마음을 싹 치우고 가능한 한 빨리 병원으로 갔다. 의사 선생님은 팔이 엄청 부었다며 대상포진 약 일주일치를 주셨다. 하루에 5번 정해진 시간에 먹어야 하는 묵직한 약과 함께 나의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답은 알고 있었다. 잠을 자지 않는 것. 얼마 전 나의 글에서 처럼 나는 운동도 열심히 하려고 하고 먹는 것도 조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잠을 규칙적으로 자는 것만큼은 지키기가 어려웠다. 아이들도 봐야 하고 요즘 하는 공부도 해야 하고 또 놀기도 해야 하니까. 뭐 하나를 포기하지 않는 한 7시간 자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이렇게 몸이 또 안 좋아지고 나서야 걸핏하면 어기던 7시간 이상 푹 잠자기를 제대로 시작했다.


이번엔 정말 다르다. 11시가 되면 공부고 뭐고 새로운 걸 하지 않고 일단 자리에 눕는다. 나의 브런치 초반글 중 하나가 새벽 2시까지 나의 시간을 갖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었는데 고작 3년 만에 일찍 잠들지 않으면 아픈 몸이 되어버렸다. 처음엔 너무나 속상했다. 친구들과 웃으면서 이게 바로 노화구나 농담처럼 말했지만 전혀 웃기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즐기던 3시간이 사라지니 많은 것을 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밤에 쓰곤 하던 브런치 쓰기가 어려워졌다. 지금도 아이들이 책 읽는 시간에 짬을 내서 쓰고 있지 않은가?


특히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하기가 많이 어려워졌다. 낮에도 시간이 있지만 모두 잠든 시간에 그 고요함 속에서 바짝 공부하는 게 좋았고 또 필요했는데 그걸 못하니 공부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그리고 밤에 즐기던 유튜브 시간도 완전히 줄였다. 정말 아쉽지만 어쩔 수가 없다. 하루라도 푹 자지 않으면 다음날부터 바로 몸이 좋지 않다. 아이들이 아프기라도 해서 며칠간 잠을 잘 못 자면 어김없이 팔이 욱신욱신 아프다. 이럴 땐 아이들이 좋아지자마자 부족한 잠을 보충해야 한다. 새벽 2시건 3시건 끄떡없던 나는 이제 없다.


이렇게 일찍 자기 시작한 지 한달 반 정도 된 거 같다. 요즘엔 아쉬워하기보단 잠자리에 눕는 즐거움을 즐기려고 노력한다. 푹신푹신한 내 이불과 하나 되는 시간에 이건 정말 행복한 거다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다. 조금 효과가 있는 거 같다. 예전만큼 자는 게 싫진 않다. 사실 싫어도 방법은 없다. 아픈 건 정말 싫다.







작가의 이전글 만화책이 재밌긴 하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