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아기에서 유아로 넘어가는 몇 가지의 과정이 있다. 젖병과 이유식을 지나 밥 먹기, 단어에서 문장으로 말하기, 낮잠 떼기, 친구와 함께 놀기가 바로 그것이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이 과정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근데 딱 하나 둘째의 낮잠만큼은 쉽게 넘어가지지가 않는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과정이랄까.
저번달부터 낮잠 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주말이면 낮잠을 건너뛰는 날도 있었고 유치원에 다녀온 날은 낮잠을 푹 자고 와서 밤늦게까지 잠을 못 자는 일이 많아졌다. 그런데도 내가 쉽게 낮잠 떼기를 시작하지 않았던 건 내가 둘째의 낮잠 시간을 정말 정말 좋아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말에! 아침부터 아이 둘과 복닥복닥 지내다가 점심 먹고 둘째가 잠들면 그게 그렇게 좋았다. 첫째는 티브이시간 나는 자유시간. 커튼을 친 창문사이로 들어오는 햇살 속에 아이가 자고 있고 나는 옆에서 그걸 바라보며 첫째의 티브이소리를 듣는 그 시간만큼은 이 세상에 행복만 있는 거 같았다. 그래도 이제 때가 되었다 싶어서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
'선생님 둘째 낮잠 안 재워주셔도 될 거 같습니다.'
첫째는 30개월쯤 시작했고 금방 낮잠이 뭔가요 하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당연히 둘째의 낮잠은 이제 못 보려나 했는데 그렇진 않았다. 1시에 규칙적으로 자는 그런 낮잠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4시나 5시쯤 잠에 들어버린다. 낮에 평소보다 조금만 더 놀아도 어김없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누워버린다. 그리고 그냥 잔다. 정말 그냥 자버린다. 말려도 소용이 없고 티브이로 꼬셔도 소용이 없다. 워낙 아기 때부터 잠투정이 없던 터라 징징거리진 않고 그냥 잔다. 웃긴 건 침대는 싫단다. 옆에서 첫째 공부도 봐주고 집안일도 하고 우당탕 거려도 굳세게 잔다.
낮잠 자는 거 자체는 괜찮다. 근데 문제는 이렇게 자고 나면 11시까지 잠을 못 잔다. 다음날 유치원 가야 해서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밤늦게까지 눈이 반짝반짝한 아이를 보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낮잠을 안 재우고 규칙적으로 자게 하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다.
어제는 둘째가 당당하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이제 레빗반 어린이라서 낮잠 안 자!!"
하지만 집에 오는 차 안에서 잠이 들어서 2시간을 푹 주무시고 11시에 잠드셨다.
레빗반 어린이라며....
낮잠을 규칙적으로 자진 않으니 뗀 건가? 아닌가? 잘 모르겠지만 만 5살 전에는 늘 규칙적인 아이가 되기를 바라본다. 추석 달님한테 기도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