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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립 Aug 10. 2017

우차령牛叉岭)~양마산(羊马山) 산행후기(중국 하북성)

8월의 고산초원 산행!


여름의 절정! 휴가를 맞이하여 한국에 갔다.
산행도 하고 해변과 고향도 가고 맛난 음식도 먹었다.
그리고 건강검진도 했다. 휴가를 마치고 북경에 돌아와 최고의 피서지인 고산 산행을 간다. 해발 2천미터 전후인 우차령에서 양마산으로 가는 능선길을 타는 등산이다.

들머리에 도착하니!
힌구름에 푸른 하늘이 최고의 산행을 예고 한다. 발아래에는 싱그러운 풀들이 이슬과 함께 기분 좋은 아침을 맞고 있다. 앙징맞기 그지 없는 패랭이 꽃도 버거울것 같은 이슬을 달고 군락을 이루었다.

하늘은 시릴 만큼 푸르다. 그 사이에는 눈보라가 쓸고 간 남극의 바다 같은 힌 구름이 각각의 형상으로 끝없이 펼쳐 졌다. 오라고 한 사람 없지만 특별히 시간을 내어 고산 초원을 걷는다. 8월 초순의 풀들은 꽃들을 밀어 올린다. 형형색색으로 만개한 고산은 지금이 봄이라 할 수 있다.

진정한 자연은 이러한 곳에 나와야 느낄 수 있다. 넓게 이어진 초원에 유독 길게 뽑아 올린 힌 꽃 군락은 바람을 맞으며 싱그럽게 몸을 숙인다. 어느 시인은 흔들리는 꽃을 고난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내 눈에는 유희다. 살가운 바람에다 몸을 맡기고 뿌리는 땅에다 굳게 박았다. 그리고 가녀린 대궁이 염려 없이 움직이니 이 보다 더한 즐거움이 있으랴! 그사이에 앉아 풀씨를 따던 새들은 발길에 놀라 나지막이 날며 넓고 넓은 초지를 다 비워 준다.

능선에는 2~3급의 바람이 분다. 청정의 공기다. 마음 같아서는 걸친 것 모두를 벗고 에어샤워를 하고 싶다. 속세의 근심,욕심 모두를 여기에서 정화하고 싶다. 잠시 잠깐이라도 좋다. 하지만 옷을 입은 채로 사면을 번갈아 바라보며 맑은 대기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우주의 기운을 받은 나는 일순간 깨끗이 정화 된다. 영혼까지 맑아지는 카타르시스다.

나무 한 그루 없는 2천미터 전후의 초원을 걷고 걸어도 덥지 않다. 그 넓은 곳에 사람 하나 없어 조용하기 그지 없다. 그냥 백화가 만개한 초지 어디를 굴러도 편안 함의 극치이고 자연스러움 그 자체다. 지나가는 뭉게구름은 그늘을 만들어 초록에 얼룩을 뿌리며 자연에 도취된 나를 깨우기도 한다. 먼 언덕위로 내미는 힌 구름은 우리의 점심을 겸연쩍게 엿보는 듯해 입가에 미소가 돈다.

이쁜 꽃들은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추억의 사진으로 보관하며 융단 같은 풀밭을 밟는다. 그렇게 8시간 넘게 감동은 다치지 않고 발길에는 무리를 주지 않는 마음 충만한 등산을 한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2017년 여름휴가 마지막날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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