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 #7
스치는 찰나라도 너의 얼굴 보기 위해
지나가는 행인처럼 골목길을 서성거리고
오솔길 어귀에서도 너의 몸짓 보기 위해
나는 들꽃처럼 흔들리며 홀로 서있었다
너의 눈빛은 외로움이었기에
첫사랑의 꿈을 안고 너에게
당당하게 고백하고 싶었지만
나의 용기 없음은 못난 핑계만 대었다
봄에는 여름이 오면 고백하리라
여름에는 가을이 오면 고백하리라
가을에는 첫눈이 오면 고백하리라
미루고 미루었던 미련한 내 사랑은
청춘의 큰 시험이 끝나는 날에야
비로소 너의 앞에 마주 설 수 있었다
하지만 수줍은 나의 서툰 고백은
당황한 너의 단칼에
싸늘한 너의 거절에
사뿐히 즈려 밟히고 말았다
미루고 미루었던 미련한 내 고백이
청춘의 큰 상처로 끝나버린 후에야
비로소 나는 너를 잊기로 했다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너를 잊으리라
봄이 오면 다 잊고 초연해져 있으리라
여름이 되면 너를 기억조차 못하리라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또 오거든
아아, 몇 번의 계절을 더 보내야
오랜 너를 잊을 수 있을까
골목길을 걸을 때면
스쳐 지나는 행인의 얼굴에서도
여전히 너의 얼굴이 아른거리고
오솔길에 홀로 핀 들꽃을 보아도
여전히 너의 몸짓은 흔들거리는데
고백마저 끝나버린 못난 내 사랑은
어느 계절에나 너를 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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