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디자인조형창작_06
조형언어에 대하여 간단히 언급했지만 조형언어는 그야말로 디자이너의 언어이기에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합니다.
조형언어라는 말을 흔히 듣습니다. ‘그 작가의 조형언어는~’, 혹은 이 작품에서 보이는 조형언어는~‘, ’너만의 조형언어를 만들어야한다‘는 식으로 말이지요. 과연 조형언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언어란 자신의 뜻을 표현하는 수단, 방법, 체계입니다. 따라서 조형언어란 조형을 매개로 자신의 의미, 뜻, 정서 등을 전달하는 수단, 방법, 체계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뜻을 전달하고자 할 경우라도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내면 의사소통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언어가 되기 위해서는 3가지의 조건이 필요하다고합니다. 그것은 ‘의미’, ‘기호’, ‘구조’가 언어가 소통되는 집단 내에서 공통적으로 이해되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의미와 기호
‘의미’와 ‘기호’를 같이 설명하자면 ‘태어난지 몇 년 안 되는 작은 사람’이라는 의미에 해당하는 기호로서 ‘어린아이’라는 기호를 사용하자는 일종의 약속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마구 화가 나고 못 참겠고 흥분되는 것’의 의미를 ‘분노’라는 기호로 표현하는 것과 같습니다.
언어가 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이 어떤 의미와 이에 해당하는 기호의 관계가 일정하여야합니다.
구조(구성)
다음으로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는 문장을 구성하는 법칙입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문장에는 ‘나’, ‘너’, ‘사랑한다.’라는 각각의 의미를 가진 기호들이 주어+목적어+술어의 순으로 열거되어있습니다. ‘너는 나는 사랑한다.’라고 쓴다면 같은 기호를 사용했다하더라도 완전히 반대의 의미가 됩니다.
이와 같이 기호를 사용하는 법칙도 일정해야 언어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언어가 되기 위해서는 ‘의미’, ‘기호’, ‘구조’가 안정되고 정해진 법칙과 약속된 범위 안에 있어야합니다.
이와 같은 의미로 조형언어를 설명한다면,
조형의 요소, 즉 형태, 색상, 질감 등이 ‘기호’에 해당하고,
각 조형요소에 담긴 뜻이 ‘의미’가 되며,
그 조형요소들이 구성되어진 상태가 ‘구조’가 됩니다.
따라서 조형언어란 일정한 의미가 담긴 조형요소(기호 : 형태, 색상, 질감)들을 구성(composition)하여 자신의 의미나 뜻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언어와 조형언어의 차이는 언어가 사용하는 기호가 ‘책상’, ‘하늘’, ‘사랑’과 같은 언어의 기호이지만, 조형언어에서의 기호는 형태, 색상, 질감과 같은 언어의 기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의미나 뜻을 전달하는데 정확하지 않고 주관적 해석에 따라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조형언어는 일반적인 언어에 비하여 객관적이지 않으며, 정확한 의사전달수단으로서의 기능은 떨어집니다.
그러나 ‘그 자동차는 너무나 섹시하다.’, ‘이 도자기는 너무 우아하게 생겼다.’와 같이 정서를 전달하는 데에는 매우 강력한 수단이 됩니다. 따라서 조형언어는 구체적인 정보보다는 정서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물론 아이콘과 같이 정보를 우선으로 하는 조형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형가는 어떻게 자신의 의미나 뜻을 조형언어를 사용하여 전달한다고 하는 것일까요?
만일 여러분이 택시를 탔는데 그 택시가 신호를 무시하고 150km로 달린다면 어떨까요? 아마 무서울 것입니다. 그럼 왜 무섭다고 느낄까요? 창밖의 풍광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차의 소음이나 바람 가르는 소리가 매우 크고, 속도계가 150을 가르키고, 신호등이 빨간불이 켜져 있는데 차가 안 멈추고 질주하고 있는 등의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정보들을 종합하고, 그 결과 ‘차가 150km로 신호도 안 지키고 달리고 있다’라는 상황을 알게 되고, 이 상황이 비정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이러다 사고가 날 수도 있겠다.’ ‘사고가 나면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추론을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무섭다’라고 느끼는 것입니다.
즉, 어떤 정서는 구체적인 사실과 강력하게 연계되어 발생하게 됩니다. 반대로 어떤 정서를 느끼게 하는 정보들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으슥한 밤길은 무섭고, 봄날의 화창한 날씨의 초원은 평안하고 상쾌한 느낌을 가지게 합니다. 여기서 으슥한 밤길이나 봄날의 화창한 날씨의 초원은 무섭다거나 평안하다는 느낌, 정서와 강력하게 연계된 ‘기호’인 것입니다.
따라서 조형가는 자신의 생각, 의미를 표현할 수 있는 조형기호를 찾고 이 조형기호를 구성하여 자신의 생각이나 의미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조형을 보는 사람은 조형작가의 구체적이며 사실적 정보로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받지 못할 수는 있어도, 조형가가 느낀 혹은 생각하는 정서나 느낌, 이미지 등은 생생히 전달받을 수 있게 됩니다.
정리하면 조형언어란 어떤 의미나 정서, 느낌을 가지는 형태, 색채, 질감과 같은 조형요소를 구성하여 조형가의 의도, 사상, 메시지를 정서, 느낌, 이미지의 형식으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만든다고 하는 것은 우선 자신만의 의미, 사상, 메시지를 담을 조형요소(형태, 색상, 질감)를 찾고 이를 또 잘 전달할 수 있게 구성하는 것을 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