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토지 소유권을 취득하려면 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을 지급하고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넘겨받고, 부동산거래신고를 한 후 등기를 해야만 소유권을 취득한다.
보통은 계약을 체결을 하는 것을 채권행위라고 하고, 대금을 지급하고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넘겨주는 행위를 물권행위 그리고 등기를 소유권 취득을 위해 법률에 의해 부가된 요건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현재의 물권법 규정에 따르면 부동산 소유권은 물권행위와 등기가 있어야 양수인에게 이전된다.
오늘 대법원 공개변론의 내용은 명의신탁에 관한 것이다.
명의신탁은 토지 소유권을 대내적으로는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을 행사하면서 대외적으로, 즉 등기명의만 명의수탁자 명의로 해두는 것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탈세의 목적으로 또는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피할 목적으로 "길동"이라는 사람이 소유권 등기명의를 "길순"에게 이전해놓고 토지는 길동이가 계속해서 사용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길동은 소유권은 행사하고 있지만 소유자로서 등기되어 있지 않은 것이고, 길순은 소유자로 등기는 되어 있지만 길동으로부터 물권행위를 통한 소유권을 넘겨받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명의신탁은 많은 경우 탈세, 탈법 등을 위하여 재산 은닉의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명의신탁의 시작은 일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등기령이 시행되면서 종중재산을 종중명의로 등기를 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종중의 유력자 등의 이름으로 등기를 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후 규정을 고쳐 종중 명의로도 등기를 할 수 있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명의신탁이 이용되어 왔다.
그리고 1980년대 중반 이후 불어온 엄청난 부동산 투기 바람에 탈세, 탈법, 투기 등의 목적으로 이용되어 왔던 것이 명의신탁이다.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은 행사하면서 외부의 제3자에게는 등기명의자인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탈세, 탈법, 투기 등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는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을 시행하여 등기를 강제하였으나 법원은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을 단속규정으로 판시하면서 투기 현상 등을 막지 못하게 되었다. 단속규정이라고 하는 것은 적발이 되어 처벌을 받을지언정 그 행위의 사법상의 효력은 인정받는 규정을 의미한다. 즉 등기를 하지 않고 처분을 하여 적발이 되어도 매매계약 등의 소유권 이전행위의 효력은 인정을 받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더 독한 법인 부동산 실명법(부동산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여 명의신탁을 막고자 하였다.
이 법률에 따르면 부동산 명의를 실권리자 명의로 하지 않으면 과징금과 이행강제금을 합하여 최고 부동산 가액의 60%까지 부과할 수 있고, 형사처벌도 가능하게 규정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명의신탁 약정도 무효이고, 그 무효인 명의신탁 약정에 의해서 행해진 등기도 무효라고 규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법만 더 독해지고 명의신탁 행위는 여전히 막지 못하고 있으니 문제임에 틀림없다.
이번 대법원 변론에서 문제된 것은 명의신탁 약정이 무효이고, 등기도 무효인데 그럼 그 부동산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예를 하나 들자면,
A라는 사람이 B라는 여자와 첩계약을 체결하면서 아파트 한 채를 주기로 약속을 하고 B 명의로 아파트의 소유권 등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A는 사망을 하고, A의 상속인인 C가 A와 B의 첩계약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로 무효이기 때문에 그 아파트의 소유권은 여전히 A에게 있고, 따라서 상속인인 C 자신이 소유자임을 주장하면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줄 것을 요구한 경우에.....
법원은 위 첩계약은 사회질서에 반하는 위법행위로서 무효지만, 무효인 첩계약에 기해서 이전된 아파트의 소유권은 민법 제74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기 때문에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즉 첩계약도, 소유권이전등기행위도 모두 무효지만 첩계약이라는 법이 허용하지 않는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그 불법한 행위를 원인으로 지급한 것들은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파트의 소유권은 B에게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더 쉬운 예를 들자면, 도박은 법이 허용하지 않는 불법이기 때문에 도박빚은 갚지 않아도 되는 것도 그 도박자금을 빌려주는 것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기 때문에 반환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다.
법원은 명의신탁에도 같은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즉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이고, 그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도 무효지만, 명의신탁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불법한 행위이기 때문에 불법원인급여로서 명의신탁자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명의신탁된 농지인 토지의 소유권이 현재 법원의 입장에 따르면 명의수탁자에게 있는데, 명의신탁자가 이 토지소유권의 반환을 청구한 것이다.
즉 명의신탁된 토지의 소유권을 누구에게 인정하여야 하는 것인가가 이번 대법원 공개변론의 쟁점이다. 그 동안 명의신탁된 부동산의 소유권을 명의수탁자에게 인정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대해서 꾸준히 논의가 되었는데, 이번에 대법원이 누구에게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이 보다 더 타당한가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명의신탁이라는 것을 과징금, 이행강제금, 심지어 형사처벌까지 하면서 전 국민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드는 법은 좋은 법이 아님에 틀림없다. 더구나 형사처벌까지 하면서도 부동산의 소유권까지 빼앗는 결과는 뭔가 꺼림직한 결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다고 명의신탁을 허용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명의신탁 행위를 무효로 하고, 처벌하는 것보다는 그러한 명의신탁 행위, 특히 명의신탁 등기를 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바꾸어 나가는 것이 옳은 방향일 것이다.
그러자면 원칙으로 돌아가서 부동산 등기라는 공시방법을 허위로 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하며, 그렇게 하므로써 등기에 공신력을 부여하여 등기를 믿고 거래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