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시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수력 7개월의 초보 수영인

by 빠롤

영화 보는 것이 취미이고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가고 두, 세 번은 국내 여행을 가는 내게 영화를 보면서, 여행지에서 문득문득 드는 공통적인 생각이 있었습니다.


수영을 배워야 해.


이야기가 왜 거기로 튀냐 하면 공상에 빠지길 좋아하는 탓이고, 여행을 다니며 누리는 즐거움이 이전과는 달라진 탓입니다.


영화는 자주 보는 편이지만 편식은 합니다. 공포 영화는 같이 영화를 보는 사람(대부분 배우자)의 취향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보고, 너무 눈물 나는 신파는 좀 꺼리는 편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괴물인데요.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적인 감독이 된 봉준호 감독의 영화입니다.


예를 들어서, 영화 괴물을 보면 영화에서 주인공 현서(고아성)가 괴물에게 붙잡혀 한강 속으로 끌려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자 현서의 아버지이자 또 다른 주인공인 강두(송강호)가 곧바로 강으로 뛰어듭니다. 딸 현서를 구하기 위해서요. 그러면 문득 그런 생각이 스치는 거죠. 아, 저 상황에 나는 수영을 못하니까 괴물에게 잡혀가면 잡아 먹히거나 강에 빠져 죽거나 둘 중 하나겠구나. 또는 아, 나는 수영을 못하는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위험에 처하면 허무하게 바라보다 속이 터져 죽거나 도움도 안 되는 와중에 강에 뛰어들어 빠져 죽거나 둘 중 하나겠구나.


해외여행은 보통 1년에 한 번 정도 큰 맘 먹고 떠납니다. 회사에 묶인 몸이고 휴가를 길게 누릴 수 없어서 늘 다급한 마음이 있지만 그래도 견문을 넓히자는 핑계로 여기저기 다녔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는요. 다녔던 해외 여행지에서는 수영을 즐기는 여유로운 사람들을 보면 제 마음까지 여유로워 지면서 그들이 몹시 부러운 마음이 듭니다.


특히 신혼 여행지에서 한가로이 수영을 즐기는 노부부를 본 적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그게 헤드업 평영인 줄 아는데 그 당시에는 고개만 물 밖에 빼끔 내밀고 힘들이지 않고도 스르륵 수영장을 누비는 노부부가 어떻게 저런 수영을 하는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정말 멋있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 나도 수영을 배우고 싶다.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에 다다르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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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생각보다 수영장이 많지 않습니다. 헬스나 여타 다른 대중적인 운동에 비하면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제한적인 편입니다. 마음 한편에 수영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이런 이유로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1년 반 전쯤에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됐습니다. 마침 바로 앞에 수영장이 었었습니다. 드디어 수영을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영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수영을 해온 기간을 수력이라고 표현합니다. 수영을 처음 배운 게 2019년 6월이니 수력이 1년이라고 해야 하는데 4개월 넘도록 코로나 때문에 수영장에 제대로 갈 수 없어 나의 수력은 아직도 7개월입니다.


30대에 처음 수영을 배우니까 아, 좀 빨리 배울 걸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건강에도 좋고, 위기 상황에서 생존 확률도 높일 수 있고, 취미로도 즐길 수 있는 활동이라서요. 그래서 또 지금이라도 배운 게 다행이다 싶고요. 수력 7개월 차의 초보 수영인은 코로나가 하루빨리 종식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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