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글쓰기
비우기.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꽤 곤란한 행위다.
정리, 처분, 비움, 버림. 살짝 다른 것 같아도 매한가지다.
우리는 들여올 때의 비용에는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정작 들여온 걸 되돌려놓거나 버릴 때의 비용에는 꽤 둔감한 편이다. 나는 중고거래를 즐겨하지 않는 편이라서 더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물건을 버릴 때에도 비용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몇 년 전에야 처음 알게 되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신고하지 않고 부피가 있는 물건을 버리는 것도 안 된다는 것도 그때 같이 알게 되었다. 이후로는 집안 한 구석을 큼지막하게 차지하고 있는 옷장과 장롱, 책장 등이 모두 눈엣가시가 되었다. 어느새 나는 집이라는 공간 자체가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만 같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한 달 전부터 더 이상 입지 않는 옷들을 분류하고 분리수거장 의류수거함에 던져 넣고 있다. 사놓고도 몸에 맞지 않는다고, 멋이 안 난다고 방치했다가 누렇게 변하고 좀먹은 옷들을 모두 떠나보내면서 속으로 스스로를 타박했다. 분명 이런 물건들은 옷 말고도 수두룩하게 널려 있을 것이다.
내년부터는 내 삶에서 소비하는 에너지 자체를 줄여보려고 한다.
에너지를 줄이는 데 드는 비용, 이른바 '비우는 돈'은 12월 안으로 전부 소비하는 걸 목표로 해보겠다.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것은 참, 어렵기 이전에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