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글쓰기
사람이 살면서 빚을 하나도 지지 않고 살 수는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이 세상에 태어난 것부터 크나큰 빚을 하나 지고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사람은 실질적인 빚과 추상적인 빚을 동시에 어깨에 짊어지고 산다. 작게는 지인들에게 빌린 급전부터, 크게는 회사 간 사업, 국가 간 외교전에서의 기브 앤 테이크까지. 우리는 유무형의 부채를 서로 지고 또 갚으며 살아가고, 세상은 그런 대출과 상환의 굴레를 원동력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하지만 세상을 움직일 정도로 거대한 빚은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법이라, 나 같은 일반 사람들은 그런 일에 신경을 끄고 살기 마련이다. 오히려 지금 당장 갚아야 하는 오십만 원의 카드빚과 십수 년을 다달이 갚아 나가야 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환금이 , 짧은 인생 속에서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곤 한다. 나 역시도 다음 주에 당장 갚아야 할 카드빚을 변제하기 위해 어떻게 돈을 융통할 것인지를 매일같이 고민하고 또 골머리를 앓는다.
그러나 그렇게 머리가 아프다가도, 문득 내가 앞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짊어질 수많은 빚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빚이라고 말할 수준도 못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다소 마음이 누그러진다. 인생에서 보다 중요한 빚들은 한낱 숫자의 거대함이 아닌,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마음과 감정의 무게라는 것을 깨닫게 된 후로는, 그저 어떻게 해야 내가 누군가에게 지웠을 마음의 부채를 약간이라도 덜어줄 수 있을지, 또 나를 짓누르는 마음의 부채를 어떻게 덜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내게 주어진 채무를 착실히 갚아가면서, 내가 누군가에게 주었을 채무를 조금씩이라도 덜어주는 것, 그것이 이 세상을 참으로 살아가는 법이 아닐까 하고 어설프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