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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달 Sep 22. 2023

이스라엘의 설날, 로쉬 하샤나

유대인의 명절

이스라엘의 설날, 로쉬 하샤나

유대인 최고의 명절인 설날이었습니다.


우리의 설날과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부터 쇼핑하고 선물도 준비하고 파티도 준비하고 키부츠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파티를 했습니다. 평소에는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조용한 사람들이 모여서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는 분위기가 한국의 마을 잔치 분위기랑 비슷했습니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에 비해서는 춤추는 것보다 술 마시고 노래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분위기라 더 그렇게 느낀 것 같습니다.


키부츠의 대표의 축하인사부터 격식이 갖춰진 순서를 마치고, 초대가수도 오고, 키부츠닉의 클래식 공연도 있고, 아이들의 축하공연도 있었는데 몇 가지 눈에 띄는 파티의 모습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다 같이 부르는 노래와 함께 암송하는 토라구절이 있었는데, 전통복장을 입고 먼저 토라를 읽은 것은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는 남자아이였습니다. 왠지 성년식이 연상되었습니다. 사과를 꿀에 찍어서 먹는 것도 풍습이라고 하면서 저에게도 해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17세가 넘은 여자아이들은 음식을 나르고, 나머지는 아이들은 나이대별로 축하공연을 했는데, 공연을 하기에 어린아이들은 식당 문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 얼굴을 익히는 것과 동시에 혹시나 위험한 사람이 오는지 체크하는 이유라고 하는군요.


"이스라엘에는 달력이 3개가 있어"

"그러면 새해가 세 번이네. 좋겠다"

"그중에 지금이 가장 큰 거야. 크리스마스와 1월 1일은 그냥 즐겁게 노는 날이야"


새해가 지나고 그달 10일 되면, 욥킵푸르(대속죄일)입니다. 이날을 전통적으로는 금식하는데, 그때 저도 같이 금식을 해봤습니다. 하루 정도는 차분하게 지내면서 나를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물론 발론티어들은 유대교도 아니고 꼭 금식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시 15일이 되면 수콧(초막절)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추석이고 추수감사절과 같은 의미입니다. 실제로 보름달이 뜨는 때라 추석과 겹치거나 한 달 차이가 납니다. 농산물을 수확하고 풍족한 때 지내는 명절이긴 하지만, 풍습의 의미는 어려운 때를 기억하면서 겸손하게 지내도록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수카라고 하는 '초막'을 짓고 하루를 거기에서 지내면서 조상들이 사막에서 떠돌던 시절을 기억한다고 합니다. 여기서도 키부츠 한쪽에 얼기설기 천막 같은 집이 지어져 있긴 했었습니다.


전통인지는 모르겠지만, 보름달이 뜨는 날에는 'Full moon night walk'라는 행사를 하기도 합니다. 초막절에도 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리더는 저에게 청춘남녀를 위한 행사라고 소개했습니다. 보름달 밤에 유명한 트레킹 코스를 같이 걸으면서 많이들 친해진다고 하더군요. 제가 신청했던 행사는 참가자가 적어서 취소돼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스라엘에서는 계획하던 행사에 참가자가 적으면 취소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았습니다. 특히 일정과 장소를 공개하는 야외에서 하는 행사는 일정 수 이상이 모이면 무장경호원이 동행하게 되어 있고, 반대로 너무 소수가 모여 이동하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스라엘 명절에는 유대교의 전통이 많이 남아 있긴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우리의 명절에 풍습으로 남아 있는 차례나 민간신앙적 요소와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은 유대인이라 하더라도 생각보다 종교적이지 않습니다. 시나고그에 출석하는 사람도 반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이스라엘 사람들 중에도 특별히 종교적인 사람들이 있고 수도 꽤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종교적인 전통을 지키는 분들은 스스로를 '하레디'라고 부르고 이스라엘 유대인의 10분의 1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종교적인 전통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심사면서 직업을 가지는 것에도 소극적이라고 합니다. 결혼도 빨리하고 아이도 많이 낳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식당에서 저에게 야채 다듬기를 가르쳐주던 데보라가 하레디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초막절이 지나고 나면 이스라엘에도 우기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거짓말처럼 실제 비가 비가 내리지는 않지만 계속 구름이 끼어있는 날이 계속되더라고요. 숙소도 꽤 서늘해져서 배낭에서 노숙용 침낭을 꺼내 덮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장마철은 좀 더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몇십 년에 한 번씩 눈도 온다고 하는데, 대사건이라 예루살렘에서 파는 엽서 중에 눈 내린 올드시티 풍경도 있습니다.


우기가 오면서 저도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1. 성년식: 이스라엘의 유대교식 성년식은 꽤 유명합니다. 남자는 13세, 여자는 12세(일부 종파)에 성년식을 하는데 선물로 주는 것들에 대한 의미와 의식 자체가 인상깊다는 글도 많고, 종교적으로 생기는 권리와 의무들이 있습니다. 물론, 종교적 전통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간단하게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2. 세 개의 달력: 온 세계가 같이 쓰는 그레고리력, 전통적인 달력이 두 개 있는데 이스라엘 지역에서 오랫동안 농사에 맞춰 쓰던 민간력이 있고, 조상들이 이집트를 탈출한 시점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종교력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두 개의 달력은 기본적으로 음력인데 1월과 7월이 서로 교차됩니다. 농사 주기에 맞추기 위해서 윤달을 끼워 넣어서 양력과 얼추 맞추는 것이 우리나라 음력 달력과 비슷합니다.

3. 시나고그: 유대교의 회당. 기독교식으로 하면 교회, 성당과 같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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