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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달 Sep 12. 2023

피크닉을 떠나요

발론티어 프로그램

발론티어는 단순히 일꾼이 아닙니다.


키부츠의 발론티어 프로그램은 공식적으로 국제적인 문화교류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리더는 발론티어를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하는데요, 기네갈처럼 규모가 작은 곳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소풍 갈까?"


들어온 지 몇 주 지나니깐 몇몇 발론티어가 더 들어왔습니다. 다들 여성들이어서 의기투합을 했는지, 리더가 피크닉을 가자고 했습니다. 가고 싶은 사람들을 모집하고, 운전해 줄 키부츠닉도 섭외해서 하이파 해변으로 피크닉을 갔습니다.


도착하자마다 아무도 말을 안 했는데, 남자들은 바비큐를 준비하고, 여자들은 샌드위치, 샐러드, 다른 요리를 준비하는 게 '이런 건 어디 가나 똑같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더군요. 그리고, 이럴 걸 다들 알았는지 여자들은 비키니를 모두 준비했고 해변에 앉아서 수다타임. 어떻게 저렇게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이야기할 수 있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해변에 왔지만 수다가 더 좋았는지 필리페와 저만 지중해의 바다에 한번 몸 담가보고, 맥주 마시면서 소소하게 즐기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지중해를 동서남북으로 한 번씩 봤다는 생각이 드니깐 뭔가 뿌듯하기도 하더군요.


두 번째 소풍은 갈릴리 해변으로 갔습니다.


갈릴리는 요르단 강 중간에 있는 큰 호수이지만, 바다처럼 넓다고 해서 바다라고도 부릅니다. 기독교인들에게는 친숙한 이름이기도 하지요. 사실 여기에는 자전거로 반나절을 달려서 놀러 온 적이 있었는데, 차로 금방 오니 느낌이 또 달랐습니다.


여기는 모래 해변도 없고 물에 들어가서 놀기에는 깊은데, 다들 비키니. 물가에선 비키니! 이쯤 되면 교복인가요. 캠핑하기 좋게 나무도 적당히 있는 곳이라 시원하게 잘 먹고 잘 떠들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소풍은 갈릴리 근처의 하맛가데르.


갈릴리에서 요르단 쪽으로 더 가면, 아르무크강이라는 요르단강 지류가 있는데, 이 계곡에 유황온천이 나옵니다. 이스라엘 안에 있는 천연 온천으로 유명하다고 하더라고요. 시리아와 설정된 DMZ안에 있긴 하지만, 이스라엘이 점령한 후에 관광지로 개발했다고 합니다. 중동 최대의 악어 농장도 있다고 하는데 구경하지는 못했습니다.


2주간 제 보스였던 무슬림 하바시도 아버지랑 온천을 즐기기 위해서 와서 반가웠습니다. 여가를 여유롭게 즐기는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여기서는 일이 끝나도 학원이나 대학원을 다니면서 자기계발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는데 뭔가 배우고 싶으면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긴 했습니다. 집에서 취미 삼아 악기를 연습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종종 보였는데 학원을 찾아보기는 힘들었거든요.


돌이켜보면 하이케도 이리저리 파티도 만들고, 소풍도 만들고, 발론티어 트립같은 행사도 진행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발론티어라는 게 단순한 일꾼이 아니라 이스라엘 정착촌과 세계를 이어주는 네트워킹의 수단으로 잘 이용되는 것은 리더들의 역할이 큰 것 같습니다.


키부츠들도 각자 운영되는 방식이 조합원들의 합의에 의해서 다들 다르게 발전했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공동체 생활이긴 하지만 사유재산도 적당하게 인정하는 여러 가지 제도가 있다는데, 그들은 은근히 사회주의 자본주의 같은 이데올로기에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유명한 유대인들이 기여한 것들이 많아서 이스라엘이 그 사이에서 자기만의 균형을 찾아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요즘에는 키부츠 정착촌이 사라져 가고 있다고 합니다. 정착촌 자체가 이스라엘의 척박한 땅에서 뭉쳐서 살아보기 위해서 만들어져서 도시와는 떨어져 있어서, 발전된 도시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탈퇴하는 사람들도 늘고 사유화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제 이스라엘 농촌에서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아져서 발론티어 제도를 운영하지 않는 키부츠도 많이 있다고 하네요.


1. 갈릴리 바다: 사실은 호수이지만, 기슭에서 보면 수평선이 보일 정도로 커서 바다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2. 가데르(Gader): '온천'이라는 뜻입니다.

3. DMZ(Demilitarized zone): 이스라엘에도 비무장지대가 있습니다. 시리아와 협정을 통해 만들어진 지역인데, 그 이후에도 전쟁이 있어서 협정은 유지되나 이스라엘 관할 구역이 많아졌고, 하맛가데르의 경우에는 관광지로 개발이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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