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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달 Sep 27. 2023

계속되는 여행

여행하듯이 살기

역시 제가 하는 일이 다 그렇죠 뭐.


튀르키예에 입국하자마자 공항에서 카드와 PDA를 보관하던 지갑을 잃어버렸습니다. 신용카드, 현금카드, 비상금 100달러를 잃어버리고, 따로 가지고 다니던 현금 밖에 안 남아서 여행 일정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지순례 팀에게 환전해 줬던 현금이 아주 요긴하게 쓰였지요.


결국 튀르키예를 몇 주 돌아다니다가 불가리아와 체코를 거쳐 독일에서 미리암을 만나 신세 지면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연말에 한국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아르바이트로 버티면서 있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렇게 매력 있어 보이지는 않았거든요.


처음에 계획했던 1년을 못 채운 건 아쉬웠습니다. 처음 출발할 때도 그랬지만, 길게 여행 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만만치는 않았거든요. 그래도 카드들을 잃어버린 덕택에  다시 직장을 구하는 동안 쓸 수 있는 돈이 남아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여행 내내 제 계획대로 되었던 것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마무리한 여행이 이제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역시 계획대로 되는 것 하나 없어도 여전히 여행하듯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금은 자유롭게. 조금은 불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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