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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흙 속에서 캐낸 진심

Interview with 카카오파머 '제주로의 농부여행' 유도균 대표


동장군의 맹위가 제주도까지 찾아드는 12월은 당근이 흙 속에서 나와 빛을 보는 시기다. 한창 수확을 시작하는 이때에 맞춰 카카오파머에도 특별한 당근이 다시 입고됐다. 카카오파머 첫 판매에서 3개월 이 채 안 되는 기간에 1000박스 이상 팔린 인기 상품. 5년 차 초보 농부인 유도균 ‘제주로의 농부여행’ 대표가 키워낸 유기농 당근이다. 



23년간 광고를 만들었던 유 대표는 막중한 책임감에 짓눌리던 임원을 그만두고 숨 돌리러 제주로 여행을 왔다가 우연히 접한 농사의 재미에 빠져 귀농까지 해버렸다. 지금은 제주도에서 당근을 기르는 5년 차 농부다. 제주도 구좌읍 송당리 유 대표의 농장에서 그를 만났다.




유 대표는 아침 일찍부터 당근 손질에 여념이 없었다. 목장갑을 낀 그의 손은 아직 대지의 흔적을 벗지 못한 크고 작은 당근이 수북이 쌓인 작업대 위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창 바쁠 때인데 오늘 눈이 온대서 어제 잔뜩 뽑아뒀더니 생각보다 일이 많네요.” 



유 대표가 멋쩍게 웃더니 장갑을 벗고 창고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창고 겸 작업장으로 쓰는 공간 옆에는 아내 김수진 씨가 직접 설계해 꾸며놓은 ‘실험실’이 있었다. ‘요리’로 변신하기 위해 선반 위에 가지런히 들어앉은 당근들이 모두 김 씨 손을 거쳤다.


육지가 얼어붙는 12월에서 3월 사이 대한민국에서 당근이 자랄 수 있는 곳은 땅속이 얼지 않는 제주뿐이다. 제주 당근은 육지 것보다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화산재에서 비롯된 검은 화산회토는 유기물이 많은 데다 일반 흙보다 물빠짐이 좋고 푹신해서 당근이 깊게 뿌리내릴 수 있다. 유 대표는 자신의 당근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제가 기르는 당근은 진짜 맛있는 종자예요. 씨부터 좋은 걸 구하기 위해 직접 종자 회사 사장님까지 만나러 다니고, 경작 과정에 대한 자문도 받았거든요. 아삭아삭 수분이 많고 과일 못지않게 당도가 높은 게 우리 당근의 특징입니다.” 



종자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유 대표는 원래 농사는커녕 식물 하나 키워본 적 없는 광고기획자였다. 대기업 광고대행사에 일한 23년은 늘 새로움을 찾는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다만 실적을 책임지는 임원 자리에서 버틴 마지막 4년이 다사다난했다. 2013년 8월 퇴사하고 제주도로 여행 온 그는 뜻밖에 농사의 재미를 알게 됐다.


“농장을 하는 지인이 있어서 거기 2주 정도 머무르면서 콩 농사를 거들었어요. 재밌더라고요. 농사가 적성에 맞는다는 걸 알게 됐죠.” 


유 대표는 그렇게 3개월간 농사를 지으면서 아예 귀농하기로 결심했다. ‘제주로의 농부여행’을 ‘문패’ 삼아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제주에 정착한 게 2014년 2월 17일이다. 그는 18개의 오름이 솟아 있는 구좌읍 송당리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을 끊임없이 만나고 색다른 일에 도전하는 광고인의 습관은 제주에서도 여전했다. 무턱대고 귀농한 육지 사람들이 적응을 못 한다는 얘기가 많았지만 유 대표에겐 통하지 않는 풍문이 됐다. 


“저는 운이 좋았어요. 귀농한 지 1년 만에 마을 간사를 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영농조합 사무국장도 맡았거든요. 광고회사에 다닌 경력을 활용해 마을 행사 기획서 쓰는 걸 도와드리면서 마을 분들과 친해졌어요.”


유 대표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레 스며든 덕분에 농사일을 익히는 데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제가 트랙터 없는 걸 아시는 동네 분들이 당신 밭 갈고 오는 길에 저희 밭을 갈아주시고, 트랙터도 빌려주셨습니다.” 


시골 생활에 잘 적응했다고 해서 농사도 수월했던 건 아니다. 유 대표는 귀농 첫해 1만 평에 유기농 서리태와 콩나물 콩을, 3000평에 유기농 당근을 심었다. 처음인데도 그해 당근 농사는 풍년 중의 풍년이었다. 수확량 전부를 사들이겠다고 한 유기농 조합 덕에 믿는 구석까지 있었다. 그런데 하필 수확철이 됐을 때 조합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당근들이 갈 곳을 잃고 말았다. 


그때 처음으로 발품을 팔기 시작했어요. 우선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에게 당근을 판매했죠. 직접 당근을 들고 서울로 올라가 대형 유통업체, 이름난 프랜차이즈 채소 가게, 김밥 체인점 본사 등을 방문하기도 했고요.”


한 고비를 넘기나 싶더니 2015년에는 흉년이 들어 수확량이 3분의 1토막 났다. 2016년부터는 콩을 포기하고 당근에 ‘올인’했다. 


“농사를 무조건 많이 지어 욕심을 낼 게 아니라 내 상황에 맞게 하나하나 잘 키워서 파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카카오파머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농사를 망쳤던 2015년이었다.


“카카오파머에서 만나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는데 제가 알았다고만 하고 다시 연락하지 않았어요. 그때만 해도 소량 판매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안 했거든요.” 


혼자서 당근을 키우고 유통까지 책임지는 마당에 소량 판매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유 대표는 1년 만에 생각을 바꿨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조금씩 자주 시켜 먹는 쪽으로 빠르게 변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한 박스에 15kg짜리만 팔았는데 소량 판매 요청이 들어와 10kg으로 줄였어요. 그런데 그것도 많다며 소량 배송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늘어났습니다. 제가 유통까지 일일이 관리하기 힘든 소포장 상품을 카카오파머에 맡겨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죠.”



유 대표는 3kg과 5kg 포장 두 가지 옵션을 가지고 2016년 카카오파머에 입점했다. 막상 판매를 해보니 소량 포장을 원하는 고객이 생각보다 많았다. 모바일로 물건을 사는 데 익숙한 2030 세대 고객들이 많다는 점도 한몫했다.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3개월에 걸쳐 진행된 카카오파머 첫 판매에서 유 대표의 당근은 1000여 박스나 팔렸다


“그때 전체 수확량의 20%가 카카오파머에서 팔린 거예요. 확실히 소량 판매에 좀 더 신경 써야겠다는 영감을 얻었어요.”


올해도 카카오파머에서 유 대표의 당근이 팔리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초 판매가 시작되자 지난겨울 맛본 당근을 잊지 못해 재구매를 한다는 고객들의 후기가 쏟아졌다. 이번에는 저온창고를 마련한 덕분에 겨우내 생산한 당근을 5월까지 꾸준히 팔 수 있어서 유 대표의 기대가 크다. 


“수확량도 나쁘지 않게 나왔고 저온창고도 있으니까 작년의 배 이상을 카카오파머에서 팔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카카오파머의 ‘후광효과’도 쏠쏠했다. 


“카카오는 사람들에게 신뢰받는 기업이잖아요. 거기서 파는 당근이라니까 확실히 믿을 만한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가치를 알아보시는 고객들이 많더라고요. 좋은 품질, 좋은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다가가는 것만큼 좋은 파트너와 함께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어요.” 


카카오파머에서 소량 주문으로 유 대표의 당근을 맛본 뒤 개인 블로그를 찾아 대량 주문을 하는 고객도 많다. 또 역으로 블로그를 통해 대량 구매를 하던 고객들이 카카오파머를 찾아 소량을 구매하기도 한다. 판매 구조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셈이다. 


판매량 추이를 보면 카카오파머 덕분에 제 당근의 저변 자체가 확대되고 있다는 걸 실감하죠.”



카카오파머는 유 대표와 고객들 사이의 열린 창구 역할을 했다. 블로그를 통한 택배 판매를 하면서도 유 대표가 고객과 소통할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한눈에 보이는 게 아닌 데다 개인적인 공간에 전해지는 후기라 객관적인 평가로 느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카카오파머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고객들의 제품 구매평은 달랐다.


“너무 맛있는 당근이라 재주문해서 어머니한테, 시어머니한테 보내드렸다고 하신 고객님이 특별히 기억에 남네요. 상품에 흠잡을 데가 없다, 당근이 너무 맛있어서 일주일 만에 다 먹었다, 이런 구매평을 보면서 내 당근이 정말 괜찮은 당근이구나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농사짓기를 정말 잘했다는 보람도 크고요.”


열린 공간에서 고객들에게 받는 평가는 농부에게 상당한 중압감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유 대표는 자신이 손수 기른 당근을 식탁에 올리는 고객들을 직접 대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그 과정 전체가 신선한 자극이 된다고 했다. 



“조금 더 말끔한 당근을 정성껏 고르고, 포장에도 택배에도 정성을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카카오파머가 평생 광고를 한 제게 ‘마케팅 마인드’의 기본을 일깨워준 거죠. 소비자들의 고마워하는 마음을 받고 제가 또 정말 고맙게 생각하는 모습, 선순환이 된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참 좋아요.”


2016년 첫 판매를 마치고 유 대표가 카카오파머를 통해 고객들에게 전달한 편지에는 그런 유 대표의 마음이 잘 녹아 있다. 그는 편지에서 7월 이후 농사 현장을 직접 구경하라며 고객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제주에 귤 체험 농장은 많은데 당근 체험 농장은 없는 게 아쉬워서 당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 지 2년 정도 됐어요. 와서 당근을 직접 뽑아보시고, 갓 뽑은 당근을 맛보기도 하면서 즐거워하시더라고요.”



유 대표는 카카오파머를 통해 얻은 소중한 경험을 동료 농부들과 나누고 싶어 한다. 컴퓨터와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귀농 농부들에 비해 평생을 농사만 지은 시골 토박이들에게 카카오파머는 아무래도 어색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유 대표에게 입점 방법을 물어오는 농부들도 많다. 


“제가 소개해드려서 카카오파머에 입점한 분들이 계세요. 특히 유기농 작물을 기르는 분들이 카카오파머를 통해 좀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손쉽게 고객들에게 다가가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귀농 5년 차에 접어든 유 대표의 삶도 어느새 많이 변했다. 오후 10시가 되기 전에 잠자리에 들고 겨울 해가 뜨기도 전인 오전 6시면 밭으로 나간다. 육체적으로는 고된 일상이다. 난생처음 하는 농촌 생활에 분명히 어려운 점도 있다. 그럼에도 땀 흘려 당근을 길러내는 하루하루가 유 대표에게 더없는 행복이다. 농사라는 ‘내 일’을 하기 때문이다. 


“광고회사 다닐 때는 마케팅해서 어떻게 남의 돈을 벌어줄지 생각한 거죠. 일을 많이 했지만 내 일을 한 게 아니었어요. 내 일처럼 했을지는 모르지만요.”


유 대표는 등산, 축구, 마라톤으로 운동해서 땀을 흘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상쾌함을 당근을 심고 거두며 처음 알게 됐다. 


‘노동의 가치’는 도덕 책에나 나오는 진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이렇게 정직한 노동으로 일궈낸 정성이 고객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농사 철학’은 따로 없다는 늦깎이 농부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카카오파머 '제주로의 농부여행' 유도균 대표가 키우는 제주 당근

https://farmer.kakao.com/product/43?referer=SNS_story




매거진 <Partners with Kakao>의 2호는 이렇게 구성됩니다. 

<Partners with Kakao>  2호 목차

- hello, partners!

◼︎ partners

- 스토리펀딩 엄윤설 '로봇, 독자의 힘으로 설원을 달리다'
- 1boon 리얼푸드 '1분을 위한 고민'
- 카카오파머 유도균 '검은 흙 속에서 캐낸 진심'(본 글) 
- 메이커스 with Kakao '자활 넘어, 일자리 나눔까지'

-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들 : 2017 Kreator thank you party


◼︎ with Kakao

- 카카오미니, 소리로 일상의 벽을 허물다

- 제주 with Kakao '제주 이웃의 착한 소원을 들어드리쿠다'
- 같이가치 with Kakao '당신의 삶은 안녕하신가요?' 
- 꿈에 날개를 달다 with Kakao '헤이카카오, 우리 꿈에 날개를 달아줘'

- 카카오가 알려주는 카카오 활용법 : Kakao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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