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스토리펀딩 박상규 기자
10년간 몸담은 언론사에 사표를 내고 취재와 글쓰기에 집중하기 위해 ‘백수 기자’의 삶을 택했다. 스토리펀딩에서 ‘재심 프로젝트 3부작’, ‘파산 변호사’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후원금으로 탐사보도 전문 매체 ‘셜록’을 만들었다. 스토리펀딩 사상 최고 후원금을 기록한 ‘파산 변호사’ 프로젝트, 굵직한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낸 ‘재심 프로젝트 3부작’은 사무실도 책상도 없는 박상규 기자의 끈질긴 취재로 탄생했다.
Q. 스토리펀딩과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합니다.
2014년 제가 오마이뉴스를 그만두기 직전 즈음이었어요. 스토리펀딩을 기획한 김귀현 카카오 창작자지원파트 파트장도 오마이뉴스 출신인데, 제가 회사를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왔어요. 신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니 콘텐츠를 만들어볼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다른 기자들도 많이 만났던 모양인데 우리나라 언론사들이 약간 보수적인 면이 있다 보니 아직 실체가 없는 서비스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것 같아요. 마침 저는 기획 중이던 아이템이 있었던 터라 함께 해보자고 했죠. 첫선을 보인 프로젝트가 ‘그녀는 왜 칼을 들었나’입니다.
Q.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요?
어느 날 출근하려고 머리를 감으면서 우연히 뉴스를 듣는데, 우리나라 여자 무기수 70%가 남편을 죽였다는 보도가 나오더라고요. 그 순간 ‘왜 죽였을까?’ 하는 궁금증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기자의 호기심이 발동한 거죠. 당시 저는 취재 인력이 아니고 편집부 소속이었는데, 3년쯤 현장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취재에 대한 갈증이 생겼어요. 목표 금액이었던 1000만원을 넘겨서 펀딩에 성공했고, 휴가를 내거나 주말을 활용해 따로 취재를 하곤 했습니다. 설령 이 프로젝트가 실패했더라도 사표는 냈을 거예요. 퇴사를 결심했을 때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스토리펀딩이라는 신규 서비스를 통해 그 자신감에 확신이 더해졌죠. 기자가 취재를 잘하고 기사만 잘 쓰면 회사에 다니지 않아도 먹고살 수는 있겠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Q. 2015년 1월부터 스토리펀딩에서 진행된 ‘재심 프로젝트 3부작’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첫 번째 재심 프로젝트 ‘그녀는 정말 아버지를 죽였나’는 무기수 김신혜가 범인일까 아닐까 하는 미스터리가 특징이었던 것에 반해, 익산 택시기사 살인 사건을 다룬 ‘그들은 왜 살인범을 풀어줬나’와 삼례 강도 치사 사건을 다룬 ‘가짜 살인범 3인조의 슬픔’은 굉장히 명쾌한 사건이었습니다. 진범이 따로 있다는 수사 기록이 있음에도 15살짜리 어린아이와 지적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있었거든요. 독자들이 큰 호응을 해주셔서 세 프로젝트 모두 펀딩에 성공했고, 대법원의 재심을 이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익산, 삼례 사건은 무죄 선고까지 받아냈어요. 스토리펀딩과 독자들의 역할이 정말 컸죠.
Q. 처음부터 뜨거운 반응을 예상하셨나요? 콘텐츠가 재미있다고 모든 독자가 지갑을 여는 것은 아닐 텐데요.
이 정도 반응일 줄은 예상 못 했죠. 그건 스토리펀딩 기획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이 많은 독자들이 왜 저희에게 후원했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요. 일단 독자들은 좋은 콘텐츠에는 돈을 지불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 프로젝트는 단순히 돈만 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는 성격이 강했던 것도 한몫한 것 같아요. 독자들이 저희와 함께 미제 살인 사건을 파헤치고,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을 돕고, 정의롭게 문제를 해결한다는 느낌을 받은 거죠. 그래서 단순히 이 사람의 사연이 불쌍하다, 도와줘야 한다가 아니라, 이 돈으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알려주려고 했습니다.
Q. 모인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후원금을 모든 관계자가 n분의 1로 나눠 갖기 때문에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몫은 그리 크지 않아요. ‘가짜 살인범 3인조의 슬픔’을 예로 들어볼게요. 이 프로젝트로 5700만원 정도 모였습니다. 여기서 리워드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과 세금, 수수료를 제한 금액을 수령했어요. 이 프로젝트의 관계자는 총 8명이었어요. 가짜 범인으로 지목된 3인조, 이 사건으로 어머니를 잃은 유가족 한 분, 또 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주신 분이 한 분 계세요. 여기에 박준영 변호사, 신윤경 변호사, 그리고 저까지. 이 관계자들이 똑같이 나눠 가진 돈은 300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었어요. 사실 3개월 동안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제가 개인적으로 쓴 돈이 더 많았기 때문에 이 금액을 받았을 때는 조금 허무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사건의 피해자를 포함한 모든 관계자들이 후원금을 나눠 갖기 때문에 그만큼 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후원하신 분들이 창작자에게만 돈을 주신 건 아닐 테니까요.
Q. 파산 변호사 프로젝트로 5억원이 넘는 후원금이 모였어요.
그 기획 직전에 저와 박준영 변호사 둘 다 경제적으로 상당히 어려웠어요. 저는 마땅한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취재를 다니느라 빚을 진 상태였고, 박준영 변호사는 무료 변론으로 수입이 없어 파산 위기였거든요.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후원해주셔서 5억 6000만원이라는 금액이 모였어요. 제 몫으로 받은 돈은 1억 5000만원 정도인데, 빚을 갚고 나니 돈이 조금 남았어요. 대단한 액수는 아니었지만 직장인이 몇 년은 부지런히 모아야 할 정도는 됐어요. 제가 간이 작아서 이 돈을 마냥 가지고만 있으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회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Q. 올해 초 설립하신 진실 탐사 그룹 ‘셜록’ 말씀이시죠. 어떤 취지로 만든 것인지 궁금합니다.
스토리펀딩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다른 기자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나도 이런 취재를 해보고 싶은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런 취재 여건이 가능한 회사를 만든 것이 바로 셜록입니다. 다소 건방진 생각일 수도 있지만, 셜록은 우리나라의 언론 매체를 뛰어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어요. 우리나라 언론들은 현상을 보도하는 것에 그치지만, 셜록은 하나의 사안을 끝까지 추적하고 문제를 해결까지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요. 이 과정에서 형사, 변호사, 의사 같은 전문가 그룹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요. 기자가 모든 분야를 전문가만큼 잘 알 수는 없으니까요. 전문가의 철저한 검증을 통해서 콘텐츠가 더 단단하고 풍부해진다는 느낌을 받아요.
Q. 셜록의 기사는 기존 언론사의 보도와는 화법이 확연하게 다릅니다.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저는 기사를 작성하는 전형적인 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건마다 성격이 다르고 내용이 다른데 똑같은 형식의 기사를 쓰는 우리나라 언론의 화법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 우리가 흔히 보는 기사는 신문 지면이 만든 방식이거든요. 지면의 한계에 맞춰서 짧게 여러 기사를 배치해야 하니까 핵심만 쓴 거예요. 독자에게 사건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기자가 일하기 편한 글쓰기인 셈이죠. 셜록만의 기사 작성 원칙이 있다면, 하나의 사건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글쓰기를 하는 거예요. 제가 쓴 글이 소설이나 영화 같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제가 보고 취재한 사연은 영화보다 더 극적이었거든요. 제가 글로써 전달한 것은 그들이 느꼈던 분노와 슬픔의 절반도 되지 않을 거예요. 기존 매체의 기사를 보면 ‘살인 누명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누명을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애매모호하게 작성된 경우가 많죠. 하지만 저는 누명을 쓴 건지 아닌지를 밝혀내고, 억울한 누명 때문에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지고 한 가정이 파괴된 모습을 전달하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뉴스를 접하는 경로가 지면에서 방송,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기자로서 일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매체의 성격이 변할수록 저널리즘 정신에 충실한 기사들이 주목을 받고 있어요. 이런 변화가 저 같은 사람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달라진 뉴스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매체 중 하나로 카카오의 스토리펀딩을 꼽을 수 있겠죠. 제가 스토리펀딩을 통해 약간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기자, 그러니까 콘텐츠 창작자가 광고주를 만날 필요도 없고, 특정 인물이나 단체에 유리한 기사를 쓸 필요도 없고요. 기사를 유통하고 수익을 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플랫폼이 대신 해주었으니까요. 그리고 독자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큰 변화 중 하나예요. 저도 취재를 하고 글을 쓰다 보면 게을러질 때가 있거든요. 그럼 100% 반응이 옵니다. 댓글 뿐만 아니라 후원 금액이 달라져요. 새로운 뉴스를 업데이트 하지 않으면 후원 금액도 주춤하고, 조회 수, 댓글 수, 공유 수에서 확 차이가 나요. 데이터는 정직하고 독자들은 똑똑하니 저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죠.
Q. 앞으로 셜록의 자체 뉴스 플랫폼도 만나볼 수 있을까요?
예상보다 조금 늦어지고 있지만 올해 안에 론칭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지금처럼 카카오의 스토리펀딩을 통해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후원금을 모으는 방식은 그대로 유지하고, 저희 콘텐츠만 모아서 볼 수 있는 사이트를 구축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대다수 독자들은 지금처럼 스토리펀딩을 통해 저희 콘텐츠를 접하고, 셜록의 자체 플랫폼은 아카이브 성격이 강할 것 같아요. 미래에 뉴스 매체나 서비스가 또 어떤 식으로 변할지 모르니 저희도 대비를 해야죠.
매거진 <Partners with Kakao>의 1호는 이렇게 구성됩니다.
<Partners with Kakao> 1호 목차
- hello, partners!
◼︎ partners
- 카카오헤어샵 스위트 벙커 ‘위치의 금기를 깨다'
- 스토리펀딩 박상규 기자 ‘좋은 기사만 쓰면 된다는 확신'(본 글)
- 카카오페이지 브리드 ‘함께 호흡하고 같이 비상하다'
- 메이커스 코튼샤워‘베개위에 펼쳐진 가장의 인생 2막'
- 다음웹툰 여은작가 '대새녀, 넌 어느 별에서 왔니'
- 파트너의, 파트너에 의한, 파트너를 위한 : 2017 Kakao Most Valuable Partners Day
- 새로운 시장의 탄생, 이모티콘
◼︎ with Kakao
- 더 나은 세상을 위한 10년의 발자취 : 같이가치
- 다음 세상을 위한 디지털 교육 : 사이좋은 디지털 세상
- 카카오 스페이스로 초대합니다
오프라인으로도 발간되는 <Partners with Kakao> 매거진은 카카오헤어샵 우수매장 200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1호의 전문은 아래에 첨부된 pdf로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