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의 캐나다 체크인을 보고..
기다리던 예능 프로그램 중에 하나인 캐나다 체크인이 지난 주말 방송되었다. 서울 체크인에 이어서 가수 이효리와 김태호 PD가 힘을 합쳐 만든 tvN의 예능프로그램이다. 이효리라는 사람은 아이돌 걸그룹으로 시작하여 한 시대를 대표하는 섹시 여가수의 아이콘이기도 했으며, 매주 주말 온 가족이 둘러앉아 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의 안방마님이기도 했다. 김태호 PD는 내가 외국에 살면서도 꼭 챙겨보았던 무한도전을 오랫동안 기획하며 웃음은 물론 세상을 보는 조금 남다른 시각을 보여준 스타 PD다. 서울 체크인에서 그들이 담아내었던 평범한 듯 특별한 스타의 일상은 우리의 삶에 대해, 그리고 인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하루 일과를 마친 저녁, 간단하게 맥주 한잔 하며 보기 좋은 예능프로그램이었다.
그런 서울 체크인의 후속편 격인 이번 캐나다 체크인은 10년 넘게 유기견 봉사를 꾸준히 해온 이효리가 새로운 가족의 품으로 해외 입양 보낸 개들을 만나기 위해 캐나다로 떠나는 여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길거리를 떠도는 유기견들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떠돌이 개를 굳이 비행기까지 태워 외국으로 보낸다고? 비행기 값이 얼마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캐나다 체크인을 보고 나면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자신의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들여가며 버림받은 강아지들을 구조하고 보살피며 외국으로까지 보내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한국과의 시차 때문에 토요일 오후 10시 40분에 방송하는 이 예능 프로그램을 나는 일요일 아침에 보게 되었었는데, 처음 방송 시작하고 30분 동안만 최소 다섯 번은 운 것 같다. 평화로운 캐나다의 일요일 아침부터 나와 와이프는 눈이 퉁퉁 부어버렸다. 버려진 강아지와 그들을 임시로 보살펴주는 임보(임시 보호자) 간 우정을 보며, 그래도 이 세상에 아직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고, 그래서 세상이 살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버림받은 강아지들이 지구 반대편 캐나다까지 날아와 새 주인을 만나고 그들의 정성과 보살핌 속에서 다시 인간과 신뢰를 쌓고 사랑받으며 사는 모습이 너무나도 감동적이었다. 그 개들이 그렇게 되기까지 한국에서 받은 상처를 극복할 수 있도록 브리지 역할을 해주는 게 바로 이효리 같은 임보(임시 보호자)들의 역할이었던 것이다. 캐나다 체크인에서 평소 잘 몰랐던 여러 가지 관련 사실과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국경마저 뛰어넘은 인연을 만들어가는 과정 보며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했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살면서 내가 직접 경험 한 캐나다라는 나라는 개들이 살기에 너무 좋은 곳이다. 반려견과 함께 갈 수 있는 레스토랑이나 커피숍도 많고, 토론토는 지하철도 함께 탈 수 있다. 캐나다 사람들은 강아지 산책을 시키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데, '개가 사람을 산책시킨다'라고 말할 정도로 하루에 한두 번씩 개들과 꼭 야외로 산책을 나와 자연의 냄새를 맡고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펜데믹으로 야간 통금이 생겼을 때도 개를 산책시키는 경우는 예외로 해줄 정도였다. 여행까지 함께 떠날 정도로 모든 일상을 함께하는 진정한 반려견인 것이다. 요즘엔 우리나라에서도 반려견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사실 우리가 그동안 더 많이 사용하던 말은 "애완견"이었다. 반려견과 애완견이라는 단어 안에서 "견"이 갖는 지위는 엄연이 다르다. 얼마 전 MBC의 나 혼자 산다에서 전 골프선수 박세리의 자택이 나왔는데, 마당 한편에 강아지를 가둬놓는 케이지가 있어 깜짝 놀랐다. 생각해보니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그렇게 케이지나 마당 한쪽에 묶어두고 강아지를 키우는 일이 많이 있었다는 게 생각 나서다. 캐나다에 10년 산 지금 그런 모습은 쉽게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아무래도 캐나다에선 아이나 강아지들을 별개의 인격체로 생각하며 정말 친구처럼 키우는데 역시 나는 그런 모습이 너무 좋다.
결국 개가 살기 좋은 나라는 사람도 살기가 좋다.
올해 초 출간한 나의 캐나다 여행기 "오늘 밤 우리 어디서 자지?"의 16화에 "대통령 후보가 꼭 봤음 하는 캐나다 여행기"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이 글을 발표할 당시가 선거철이었기 때문에 탈고 직전 제목을 이렇게 바꿨지만 사실 밴쿠버의 그랜빌 아일랜드(granville Island)를 여행하고 쓴 이 챕터의 제목은 원래 "예술가가 살기 좋은 도시는 사람도 살기 좋다."였다.
예술은 우리가 이 세상을 살면서 꼭 필요한 것이다. 음악과 춤과 미술이 없다면 우리의 삶이 힘들 때 무엇으로 위로받을 수 있을까. 하지만 정작 많은 젊은 예술가들은 생활고를 버티다 결국 자신의 꿈인 예술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런 젊은 예술가들이 사회의 약자 그룹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는데, 그들이 꿈을 지키며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좋은 예술 작품들을 세상에 계속 발표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시에 내가 여행한 캐나다의 밴쿠버는 도시 예산으로 운영되는 그랜빌 아일랜드에 젊은 예술가들과 시장의 지역상인 그리고 지역주민까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의 표본을 만들어 두었다. 그랜빌 아일랜드는 도시 안에 어른, 아이, 강아지까지 누구나 즐겁게 놀 수 있는 예술로 가득한 놀이터 같은 마을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예술가를 비롯한 많은 사회의 약자들이 살기 좋은 도시가, 아니 살 수 있는 도시가 결국 누구나 살기 좋은 도시이며 그것이 밴쿠버가 매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의 순위에 그 이름을 올리는 이유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지난여름 나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진행된 "캐나다 한인 입양동포 권익신장을 위한 활동 지원 콘퍼런스"에서 사진 촬영을 의뢰받았다. 이를 주체한 한인 단체는 한국 아이를 입양한 캐나다 가족들을 초청하여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한국에서 입양되어 캐나다에서 자란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하며 최근 한국 아이를 입양한 사람들의 멘토가 되어주었다. 주최 측은 아이와 가족들이 한국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직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이벤트를 준비하였는데, 그중 나는 아이들과 가족들이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부스를 운영하였다. 그 자리에서 대형 인화지에 바로 출력되는 자신들의 한복 입은 사진을 보며 짓는 그들의 함박웃음에 나 역시 매우 기뻤고 보람을 느꼈다.
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첫째로는 나의 조국이 많은 아이들과 강아지들을 스스로 보호하지 못하고 해외로 보낸다는 것이 매우 불명예스럽고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어진 감정은 미안함과 감사함이었다. 해외로 보내지는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느꼈고 그들을 돕는 손길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꼈다.
되돌려 받을 것 생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주는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직 나는 지금 당장 누군가에게 그런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도 조금씩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한편 쓸 때마다 나중에 기부할 수 있는 100원 상당의 해피빈을 하나씩 적립해준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그렇게 모인 해피빈을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에게 기부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캐나다 체크인을 보고 유기견들이 해외로 입양될 수 있도록 이동봉사 관련 소식을 전하는 인스타그램 계정도 몇 개를 팔로우하였다. 내가 살고 있는 몬트리올로 입양을 오는 강아지들은 아직 적은 것 같지만 언젠가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연이 생기리를 바라본다.
캐나다 체크인 같은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나 역시 그런 '이동봉사'라는 것에 전혀 모르고 살았을 수도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단 아는 것이 낫고, 인지를 한 뒤엔 실천하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