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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텐트를 치는 이유

캐나다 로드트립, 여행 예산 짜는 Tip

캐나다는 세계에서  번째로  나라지만 토론토, 밴쿠버, 몬트리올  몇몇 유명 도시를 제외하면 대부분 고즈넉한 시골 마을이다. 몬트리올에서 밴쿠버까지의 거리가 대략 4500km 정도(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의 6~7배가 넘는다)지만   거리 동안 도시라고 부를  있는 지역은 정말 관대하게 세어봐도 열개 정도뿐이 안된다. (개인적인 도시city 마을town 분별 기준은 고층빌딩의 유무이다.)


몬트리올에서 밴쿠버까지 대부분의 밤을 우리는 캠핑으로 지냈다. 텐트를 치는 이유는 간단했다. 낭만적이니까. 실용적으로 군살을 덜어내고 필요한 근육만 가지고 있는 몸은 어떤 의미에서 낭만적이다. 궁극의 달리는 재미를 위해서 불필요한 편의장비를 최소화하는 경량 로드스터는 광적인 스피드광을 위한 자동차 같지만 동시에 낭만을 즐길 줄 아는 멋쟁이를 위한 차인 것과 같은 원리다. 미적 아름다움이 아닌 특정 목표를 위한 이유 있는 경량화는 그게 몸이던 자동차던 여행이던 욕망의 본질에 더 가깝고 결국 실용과 낭만의 교차점에 설 수 있다. 젊었을 때의 무전여행이나 백팩킹이 더욱 낭만적인 이유 역시 결핍 안에서 더욱 예민해진 오감 덕분에 여행의 본질적인 재미를 더욱 적나라하게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캠핑은 본래(요즘에는 상향 평준화되어 가끔 호텔보다 비싸기도 하지만..) 저렴하다. 국토의 대부분이 광활한 자연인 이곳을 로드트립하며 호텔에서 묵는 일은 왠지 너무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조금 더 자연친화(?)적인 여행을 하고 싶었다. 최소한 저렴하게 여행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호텔 대신에 텐트를 치기로 결정했다. 식사 또한 최대한 우리가 해 먹기로 했다. 여행을 하는 내내 들린 어떤 캠핑장에서도 우리 것 보다 작은 차, 우작은 텐트를 찾을 수 없었다. 짐은 말 그대로 짐이다. 짐이 적을수록 여행은 가볍워 많은 것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캐나다 횡단 여행의 첫날밤을 맞이한 곳은 서드베리(Sudbury)와 솔트 세인트 마리(Sault Ste. Marie) 중간 어디쯤의 작은 캠핑장이었다. 그렇다. 우리는 어제 하루 종일을 달렸어도 온타리오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아마 내일도 아직 온타리오 안에 있으리라. 아침 7시쯤부터 종일 800km가 넘게 운전을 했더니 그냥 길바닥에 누워도 잠이 솔솔 올 것만큼 피곤했다. 첫날 숙소조차 정하지 않은 채로 떠났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그 긴장감도 더해졌으리라. 기대가 제로에 가까웠는데, 첫날부터 생각보다 너무 괜찮은 캠핑장을 너무 수월하게 만나 얼었던 마음이 조금 녹았다. 캐나다 사설 캠핑장은 나도 이번이 첫 경험이었다. 여행을 모두 마친 지금 돌아보면 첫날 사이트 환경은 상당히 열악한 편이었다. 샤워장은 너무 멀었고 사설 캠핑장에는 Wifi가 필수옵션이라는 것을 이 때는 몰랐다. 주변 제초작업이 잘 안 되어있어 사이트에 습기가 많이 찼고 덕분에 모기도 많았다. 하지만 원효대사가 해골물을 맛있게 마셨듯이 우리도 아늑한(?) 캠핑장 덕분에 첫날밤을 무사하게 지낼 수 있었다. 텐트에 텐션을 충분히 주고 잤는데도 아침이슬을 흠뻑 맞아 텐트가 축축 쳐진 건 기분 탓이라고 다음날 아침에 생각했다.


우리 텐트를 둘러싼 캠핑카 군단


캐나다의 캠핑문화는 텐트보다는 캠핑카 위주여서 한국처럼 텐트 피칭을 위한 나무 데크가 있는 관리 잘된 사이트를 만나기 힘들다. 특히 사설 캠핑장의 경우 캠핑카 사이트와 텐트 사이트의 비율이 8:2 정도로 텐트를 위한 사이트 수가 매우 적다.  실제로 사용자도 매우 적다. 캠핑을 주기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캠핑카를 마련하고 텐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여름휴가철에만 캠핑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성수기에 국립공원을 찾는 게 아니라면 대부분 텐트 한동 정도 칠 자리는 항상 있다. 덕분에 우리는 여행 중에 숙소를 미리 예약하지 않아도 그날 컨디션에 따라 이동거리를 정하고 근처 캠핑장에 찾아들어 갈 수 있었다. 이런 무계획 여행이 조금 두렵거나 아이들을 동반하고 있다면 하루 이동거리를 정하고 그 안에서 숙소를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특히 성수기에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초행길 장거리 운전에 피로까지 쌓이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캐나다에 캠핑장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캐나다 연방이나 각 주에서 관리하는 국립, 주립공원 내 캠핑장과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 캠핑장이 있다. 국립공원이 자연친화적이고 약간 저렴한 편이라면 사설 캠핑장은 수영장과 Wifi, 게임룸 등의 편의시설을 제공한다. 캐나다를 횡단하는 여행자라면 연방 국립공원 연간 패스를 구매하는 것도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특히 밴프 국립공원이나 재스퍼 국립공원에 며칠 머물 계획이라면 연간 패스는 더더욱 필수다. 다만 국립공원은 전국에 골고루 위치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립공원과 사립 캠핑장에 적절히 번갈아 머무는 것은 불가피하다.



여행 첫날 묵었던 캠핑장 시설이 열악했다는 건 다음날부터 묵었던 캠핑장이 더 좋았기 때문에 나중에 안 사실지, 당일 우리가 느끼기에는 너무나도 평화로웠던 캠핑장의 아침이었다. 샤워장이 먼 관계로 우린 간단하게 세수만 하고 캠핑장을 떠났다. 하루쯤은 씻지 않는 게 장기 여행자의 미덕 아니겠는가. 씻지 않은 덕인지 충만한 온기 역시 온몸에 지닌 채로 캠핑장을 떠날 수 있었다. 첫날보다 긴장이 덜한 여행 둘째 날의 시작이었다.


뻥뚤린 길을 한참을 달리다가 가이드북에도 나오지 않는 절경을 만날 때는 무언가 로드트립만이 주는 보너스를 받는 것 같다. 그냥 휴게소 이정표만 따라 들어가도 예상치 못한 멋진 풍경이 나온다. 캐나다에서 휴게소라 하면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졸음쉼터"정도로 이해하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조촐하게 화장실과 벤치 몇 개가 있어 정말 쉬어가는 '휴게소'의 기능만 가춘 그런 곳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우동이나 핫바는 없다. 대신 심신을 절로 휴식하게 만들어주는 멋진 경치가 있다.



가끔은 휴게소라고 하기에는 조금 큰 공원을 만나기도 하는데 지역에서 운영하는 유료공원이다. 매표소는 따로 없지만 간판에 붙어 있는 가격대로 입장료를 봉투에 넣고 그 봉투를 다시 박스에 넣으면 이용이 가능하다. 따로 관리하거나 감시하는 사람이 없어도 자발적으로 입장료를 지불하고 즐기고 사용 후에는 깨끗이 정리하는 캐네디언들을 보며 그들의 국민의식이 얼마나 높은지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시원하게 물속에 몸을 담그는 사람들,

낚시를 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

바비큐를 즐기는 사람들,

보는 사람까지 여유로움을 느끼게 하는 캐나다의 흔한 여름 풍경이 여기에 다 모여있었다.

온 가족이 쪼르륵 릴랙스 체어를 가져다 두고 다 같이 또 따로 각자만의 여유를 즐기는 게 보기가 너무 좋아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좋은 풍경과 사람들을 만나 힐링하고 나면 몇 시간은 또 즐겁게 달릴 수 있다. 이런 것들을 보기 위해 나는 길 위를 달리고 달리다 지치면 텐트를 친다.




여행 예산 짜기 Tip.

왕복 1만 킬로미터를 차로 여행하는 비용을 단순하게 계산해보자. 내 차의 연비가 리터당 10km이고 기름값이 1500원이라고 계산하면 주유비에 150만 원이 든다. 숙박비가 하룻밤 평균 10만 원이라고 계산하면 20일 기준 200만 원. 하루 두 끼 외식을 했을 때 팁과 텍스를 포함하면 한 끼에 평균 15불, 2인 기준으로 하루 최소 60불이 든다. 20일 기준으로 하면 역시 $1200이다. 최종적으로 20일 여행을 한다고 쳤을 때 기본적으로 드는 기름값, 숙박비, 식비만 따져도 464만 원이 든다. 거기에 각종 입장료와 주차비 등을 합치면 대략적인 여행경비 예산을 짤 수 있다. 100불짜리 호텔은 저렴한 비즈니스 호텔이나 모텔 기준이고 식비 15불은 패스트푸드 기준이니 실제로 조금 더 좋은 방에서 자고 좋은 음식을 먹는다면 예산은 더욱 올라간다. 장기여행의 경우 이런 식으로라도 하루 예산을 정해 놓고 그 안에서 유동적으로 움직이면 좋다. 가계부까지 쓰면 더 좋겠지만 바쁜 여행에 그런 시간조차 사치일 수 있다. 하루 예산에서 남는 돈과 오버되는 돈 정도만 알고 있어도 문제없이 장기 여행을 할 수 있다. 그러니 꼭 하루 사용 예산을 정하고 최대한 거기에 맞춰 경로와 일정을 짜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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