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 스스로를 처음 인지한 것이 언제인지 나는 생생히 기억난다. 초등학교 1학년 여름. 크고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길고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고 있었다. 집에 가려면 이 길을 꼭 지나야 했다. 현기증이 나는 거 같아 잠시 서서 하늘을 봤을 때, 그때였다. 저 멀리 우주에서 시작하는 길고 폭이 좁은 미끄럼틀을 타고 내 영혼이 아주 빠른 속도로 지구로 떨어졌다. 휘리릭 소리를 내며 빨리 감기 한 영상처럼 빠른 속도로 내려와 미끄럼틀 끝에 있는 나의 몸속으로 내 영혼이 빨려 들어왔다. 그 뒤로 난 쭉 이 몸에 살게 되었다.
지금 새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어렸을 때 내성적이었다고 이야기하면 잘 믿지 않는다. 나는 어릴 적 내향적인 내 성격이 싫어 꽤 오랜 시간 동안 외향적인 사람이 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내가 어릴 적 얼마나 겁이 많고 내성적이었나 하면, 새로 옮긴 유치원 수업에서 엄마가 나에게 말도 없이 집에 간 줄 알고 수업시간 바닥에 앉아 양발을 동동 굴러가며 울었다. 원장님과 이야기 중인 엄마가 돌아온 뒤에야 나는 닭똥 같은 눈물을 멈췄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에 나 혼자 남겨지는 게 그때부터 나는 싫었다.
어렸을 때 나는 내성적이지만 눈치가 빨랐다. 기억날 때부터 엄마는 항상 아버지와 함께 출근했고 나는 동생과 할머니와 시간을 보냈다. 제일 대화를 많이 나누는 상대는 나 자신이었다. 누구와 대화하듯 나는 혼자 생각을 했다. 생각 끝에 나는 내가 어떻게 해야 어른들을 기쁘게 하는지 알고 있었다. 동생은 자기주장이 강했지만 나는 말을 잘 듣는 착한 아들이었다. 용돈을 똑같이 주면 나는 차곡차곡 저금을 하는 아이였다.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사랑받으려 노력하는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