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나와 여동생은 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당시에는 삐삐도 핸드폰도 없던 때라 엄마와 연락을 계속 이어가지 못했다. 가족에 빈자리가 있는 채로 학창 시절을 보내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다사다난한 일들 덕에 엄마를 그리워할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았다. 나는 점점 그런 생활에 익숙해져 갔고 그렇게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고 결혼도 했다.
성인이 된 나는 이제 다 괜찮아진 줄 알았다. 하지만 서른다섯 살, 늦은 사춘기가 왔다. 모든 삶이 권태롭게 느껴지던 그때 문득 나는 지난날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음을 느꼈다. 이승욱 작가의 '천일의 눈 맞춤'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문득 '나는 생후 천일 어떻게 자랐을까' 궁금했다. 결국 지금 내가 하루의 끝자락에 매일 느끼는 공허한 기분은 결국 엄마의 빈자리에서 시작되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나의 상처가 싫어 외면했다. 아니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잘 몰랐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자세히 보니 익숙해져 고통을 일상처럼 받아들였을 뿐이지 치료하지 않아 전혀 낫지도 않았다.
사실 이 책은 나의 치부가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어 아무도 읽지 않았으면 하는 글이다. 그게 안된다면 최소한의 사람들 읽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읽지 않길 바라는 글을 굳이 쓰는 이유는 나의 상처를 내가 객관적으로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려움에 나의 상처를 자세히 들어다 보지 않으면 나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 같아서다. 어쩌면 그동안도 늘 몸만 커버린 어른이로 살았는지 모르겠다. 이 글로 인해 나와 마주하고 위로하고 치료하여 새살이 돋기를 나는 바란다. 나처럼 자신의 상처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역시 용기를 내어 자신의 상처를 돌보았으면 좋겠고, 이혼을 생각하는 부모들이 읽는다면 부부의 연은 끊더라도 꼭 부모의 끊은 끝까지 꼭 붙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