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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방어기제가 성격을 만든다

나의 성격

'사랑'은 단품으로 구매가 어렵다. 사랑을 사면 패키지 상품처럼 그 안에 여러 가지 감정들이 함께 달려온다. 상처로 인해 사람과 사랑을 불신하면 사랑은 받고 싶지만 상처는 받고 싶지 않은 괴물이 된다. 계속 연애는 하지만 깊은 관계 후 상처받는 게 두려워 어느 이상 가까워지면 철벽을 치는 경우가 그렇다. 안 좋은 기억은 방어기제를 만들고 한 사람의 캐릭터는 이런 여러 가지의 방어기제가 모여 만들어진다. 누구나 상처받기를 원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과거의 경험들이 지금 나의 성격을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상처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그로 인 해 생긴 방어기제와 성격의 인과 간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살면서 또 계속 다른 문제들이 연이어 생길 수 있다. 내가 어릴 적 물에 빠진 경험이 있어 물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면 물과 다시 친해지는 노력을 할 수 있지만 '나 물 전혀 무섭지 않은데'라며 호기롭게 물에 들어갔다가 사고가 나기도 하는 것이다. 인지하지 못한 채 오래 방치된 방어 기재일 수록 더 극단적인 경우가 많은데 좋은 어른이 되려면 최대한 빨리 자신의 방어기제의 인과 간계를 인식하는 게 좋다. 대인 관계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그것이 신호이니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한다. 


20대가 훌쩍 넘을 때까지 나는 나의 나약함을 들키는 게 싫었다. 나를 보호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항상 내가 선택하고 내가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항상 이기려 들었다. 대화의 흐름을 내가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고 싶어 했고 논쟁이라도 시작되면 어떻게 해서든 항상 이겨야 했다. 내가 상처받기 싫어 상대방에게 먼저 상처를 주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줘가며 웃기려 했던 과거의 나를 생각하면 아직도 나 자신이 너무 싫어진다. 


친절과 배려, 칭찬받는 걸 매우 좋아하지만 그것들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도 잘 몰랐다. 생일날은 특히 골칫덩이였는데, 아무도 챙겨주지 않으면 섭섭한데, 막상 또 챙겨주면 부답스럽다. 생일은 엄마와 자식의 연결고리가 생긴 날인데 그것을 함께 축하할 수 있는 엄마가 곁에 없다는 건 상당히 우울한 일이기 때문이다. 


제일 좋은 것은 상처가 생겼을 때 그 상처들을 바로바로 치료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처를 꽁꽁 숨기는 게 습관이 되어 자신의 어디가 아픈지조차 깊게 까먹고 있다면 반복적으로 생기는 문제들의 실타래를 잡고 풀어가며 예전 기억을 더듬어 보는 방법도 있다. 나에게 왜 그런 방어기제가 생겼는지 인식하는 것이 풀어야 할 첫 실마리다. 한 번에 모두 풀 수는 없겠지만 자꾸 들여다보고 들여다보고 인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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