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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사주 Apr 06. 2017

불의 고리는 잠든 적이 없다

#불의 고리_지금, 여기 와 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이슈들


최근 경주 지진으로 인해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와 이웃한 일본, 대만 등에 걸쳐져 있는 '불의 고리'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는 소식으로 불안감은 더 커져 갑니다. 실제로 작년 11월엔 한달 간 전세계에서 발생한 16번의 지진 중 불의 고리에서만 13번이 발생해 주변국들을 긴장하게 했습니다. 그렇다면 불의 고리란 무엇일까요? <뉴스의 배경>은 불의 고리와 그 배경이 되는 판구조론을 함께 소개합니다. 먼저 판구조론입니다.




판구조론Plate Tectonics 지표면이 10여 개의 판으로 쪼개져 있고, 이 판들이 상대적으로 운동하고 있다는 이론


지질학에서 지각과 맨틀 상부를 포함한 약 100킬로미터 두께의 단단한 암석권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20세기 초 독일 기상학자 앨프리드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을 기원으로 한다. 용어는 지질학에서 큰 널빤지 모양의 암석덩어리를 가리키는 ‘판plate’에 영어단어 ‘구축학tectonics’을 결합해 만들었다. 판구조론에 따르면 지구 표면은 태평양판, 유라시아판, 아프리카판, 남·북아메리카판, 인도-오스트레일리아판, 남극판 등 커다란 판과 나즈카판, 소말리아판, 아라비아판, 카리브판, 후안 데 푸카판, 코코스판, 필리핀판 등 자잘한 판 10여 개로 쪼개져 있고, 이 판들은 상대적으로 운동하면서 지진, 화산폭발 등 다양한 지각활동을 일으킨다. 


거대대륙 판게아 쪼개지다


앨프리드 베게너는 1880년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기구를 타고 상공의 기상을 관측하는 데 성공하면서 일찍이 기상학자로 명성을 얻었다. 그러다 1911년 마르부르크대 도서관에서 우연히 브라질과 아프리카에서 똑같은 화석이 발견되었으며, 이로 미루어 옛날에는 두 대륙 사이에 육교가 있었을 것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견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도상에서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대륙 해안선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고 ‘과거 두 대륙이 붙어있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해왔던 베게너는, 논문을 읽고서 자신이 옳을 수 있다고 직감했다. 이에 지질학과 고생물학, 고기후학, 천문학, 지구물리학 등 방대한 분야를 연구해 1912년 『대륙이동』을 펴냈다. 


아주 오랜 옛날 '판게아Pangea'1라는 거대대륙이 있었다. 그리고 ‘어떤 힘’에 의해 아메리카와 유럽, 아프리카 대륙으로 나뉘었고, 이 대륙들이 계속 더 작은 조각으로 쪼개지면서 오늘날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첫째 대륙들을 맞춰 보면 모양이 서로 맞물리고, 둘째, 각 대륙의 산맥들도 한 줄로 이어지며, 셋째, 대서양을 사이에 둔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연안의 지질학적 구조와 발견된 동식물 화석이 일치할뿐더러, 넷째, 고생대기후의 빙하 흔적이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남아메리카, 인도 남부에서 발견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베게너는 거대하고 단단한 땅을 쪼개고 움직이는 ‘어떤 힘’이 무언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대륙이동설은 곧 지질학계의 엄청난 반발에 부딪혔고, 베게너는 일생 증거를 찾아 헤매다가 1930년 그린란드에서 동사했다. 


그렇게 묻히나 했던 대륙이동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쟁 기간 비행기로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해 만든 ‘자력계’가 해양연구를 위해 개조되면서, 평균수심 3,600미터의 바닷속 탐사가 진전을 보였다. 그 결과 해저에서 멘틀 대류가 일어나면 갈라진 틈으로 용암이 치솟으며 해령海嶺을 형성하고, 해령의 V자형 열곡 사이로 상승하는 마그마가 흘러 굳으며 해양지각을 만들며, 이 해양지각은 서로 반대방향으로 흐르면서 영역을 넓혀 나간다는 ‘해양확장설’이 확인되었다. 


전쟁, 지진 관측을 앞당기다


비슷한 시기 지진 관측도 정밀해졌다. 계기는 역시 전쟁이었다. 2차 세계대전을 핵폭탄으로 마무리한 후 냉전체제에 접어든 세계열강은, 앞다퉈 핵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자신들의 발명품이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1963년 대기권과 물속, 우주공간에서의 핵실험을 금지하는 ‘제한적 핵실험금지조약(LTBT,  Limited Test Ban Treaty)’을 맺었다. 그러나 냉전의 양대 축인 미국과 소련은 서로를 완전히 믿을 수 없어서, 상대방이 핵실험을 하는지 안 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지구 곳곳에 지진관측망을 설치했다. 덕분에 지진학자들은 세계 어디서 지진이 일어나는지 정확한 지도를 작성할 수 있었는데, 그 결과가 놀라웠다. 지진 발생지는 하나의 선을 이루었고, 이 선은 바닷속 해령이나 움푹 파인 해구의 위치와 일치했던 것이다!


지진파 관측 결과, 단단한 암석권 밑에 힘을 받으면 ‘움직일 수 있는’ 연약권 층의 존재도 밝혀졌다. 연약권을 움직이는 ‘어떤 힘’은, 방사성동위원소가 붕괴하며 발생하는 열과 지구 중심부의 고온에 의해 맨틀 상부와 하부 사이에 온도차가 생기고, 그 결과 일어나는 맨틀 대류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리하여 대륙이동설과 해저확장설을 종합한 판구조론은 1970년대 현대 지질학의 가장 중요한 이론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르면 지표면은 10여 개 판으로 쪼개져 있고 이 판들은 상대적으로 운동하면서 여러 지각활동을 일으킨다. 두 판의 이동방향이 서로 충돌하거나 침윤하는 ‘수렴경계’에서는 압축력으로 인해 주로 열도나 산맥이 늘어선다. 히말라야와 안데스 산맥이 이렇게 만들어졌다. 만약 판 하나가 해양지각을 포함한다면, 밀도가 높은 해양지각은 아래로 파고들며 깊은 해구를 만들고, 위쪽 판에서는 지진과 화산활동이 일어난다. 지각의 섭입이 지진을 일으키고, 충분히 가라앉은 다음에는 압력으로 더워지면서 용암으로 분출되기 때문이다. 



판이 발산하는 ‘발산경계’는 바닷속에서는 해령을, 육지에서는 대륙열곡을 만든다. 동아프리카 열곡대, 서남극 열곡대가 대표적이다. 판과 판이 소멸과 생성 없이 서로 미끄러지기만 하는 ‘보존경계’도 있다. 이 경우 판이 엇갈리며 평행한 경계, 즉 변환단층을 만들어낸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샌 안드레아스 단층이 가장 유명하다. 2015년 드웨인 존슨 주연의 <샌 안드레아스>는, 단층이 끊어지면서 진도 9.0의 지진이 발생한다는 가정 아래 만든 재난영화다. 


유라시아판 안쪽에 위치한 한국은 그동안 ‘지진 안전지대’로 분류돼왔다. 그러나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시에서 진도 5.8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2000년대 들어 크고 작은 지진 820여 건이 일어나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닌 거 아니냐’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진도 5.8은 1978년 계기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① 양산단층, 울산단층 등 한반도 밑 단층의 활성화 ②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를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의 고리Ring of Fire 세계 주요 지진대와 화산대 활동이 중첩돼 있는 환태평양 조산대


서쪽으로는 일본과 대만, 동남아시아, 북쪽으로는 러시아 캄차카와 미국 알래스카, 동쪽으로는 북아메리카 서부와 남아메리카 해안 및 뉴질랜드까지, 태평양 연안을 아우르는 고리 모양의 지진·화산대를 이른다. 지표면을 이루는 10여 개 판 중 가장 큰 판인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 인도-오스트리아판 등이 맞물린 곳으로, 전 세계 활화산과 휴화산 75퍼센트가 집중돼 있다. 전 세계 지진의 80~90퍼센트도 이 지역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불의 고리’라고 이름 붙였다. 


‘불의 고리’ 외에 주요 화산대는 알프스 산맥에서 히말라야 산맥까지 이어지는 지중해-히말라야 화산대, 인도네시아 일대의 자와-수마트라 화산대, 아프리카 동부 지구대에서 아라비아 반도에 이르는 동아프리카 화산대 등이다. 대체로 지각판들이 만나는 경계면과 일치하여 판구조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16년 진도 5.0에서 7.0에 이르는 지진이 바누아트, 필리핀, 일본, 에콰도르, 인도, 대만, 멕시코, 오스트레일리아 등 ‘불의 고리’에서 연이어 일어났다. 이에 일부 언론들이 ‘불의 고리가 깨어났다’면서 대지진을 예고하는 등 공포를 조성했으나,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는 “불의 고리는 잠자던 적이 없다”고 논란을 일축했다.2 


참고


1 베게너가 대륙이동설을 제창할 때 제안한 가상의 원시대륙. ‘Pan’은 범汎, ‘gaia’는 대지大地라는 뜻으로, ‘지구 전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한다. 지질시대를 통해 가장 큰 대륙이었다 하여 초대륙supercontinent이라고 한다. 지구의 대륙은 오랜 시간 변화를 거듭했는데, 각각의 대륙이 하나로 뭉쳤다가 다시 여러 개로 분리되기를 반복해왔다. 최초의 초대륙은 약 31억 년 전에 형성된 발바라Vaalbara다. 이후에도 초대륙은 분리와 형성을 계속하여 약 30억 년 전에는 초대륙 우르Ur를 만들었다. 약 27억 년 전에는 케놀랜드Kenorland, 약 18억 년 전에는 콜롬비아Columbia, 약 11억 년 전에는 로디니아Rodinia, 약 6억 년 전에는 파노티아Pannotia를 형성했다. 판게아는 가장 최근의 초대륙으로 약 3억 년 전에 만들어졌다. 현재 지구의 일곱 대륙은 이 판게아에서 분리된 것이다.(『두산백과』)

2 김지은, ‘‘불의 고리’ 공포 엄습…진짜 ‘대지진’ 예고일까?‘, 한겨레. 2016.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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