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한 달이라니. 찰나의 시간처럼 여겨지는 간극 속에서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은 어느새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일주일에 하나만이라도 내 삶의 자취를 남기고 싶은데 일상을 살아내다 보면 또다시 숙제처럼 브런치가 마음에 걸리는 날이 온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등 글쓰기 전 짧지 않은 예열의 과정이 필요한 나는 글을 쓰는데도 긴 호흡을 가지는 편이다. 그렇게 한참을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 보면 이내 해가 지고 어두워진다. 그렇게 거짓말 같은 시간을 확인할 때는 마치 누군가가 시간을 빼앗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특히 동화를 쓰다 보면 한참 동안 다른 세상에 다녀온 기분으로 현실 감각이 둔화된다. 그로 인해 마지막 문장을 저장하고 현실로 돌아오면 뿌듯함과 더불어 스토리 세상의 잔상에 마음이 한동안 흔들린다. 그러기에 9시 넘어 퇴근하는 고3 엄마에게 아직은 나만의 고요한 작업에 대한 여백이 부족하다. 전업 작가가 되면 매일 마음껏 쓸 수 있을까. 시간과 상관없이 쓰는 사람은 쓴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끄러운 핑곗거리로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쓰지 않는다고 그 누구도 무어라 하지 않는데 왜 이리도 내가 쓰는 동화에 애틋한 마음이 들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기에, 그래서 더욱 애처로운 나의 동화 속 인물들이 나를 부른다. 내 안에 있는 그들이 문장으로 생명을 불어넣어달라고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이토록 내게는 더없이 소중한 나의 이야기이건만 제대로 세상에 내놓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시간은 흐르고 흐르는데 내가 그들에게 세상의 빛을 보게 해 줄 날이 찾아올 수 있을까.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 무섭다, 정말 무서워."
일흔이 넘으신 엄마의 말씀에 가슴이 쿵 내려앉아서 애써 모른 채 화제를 바꾸었다. 남아 있을 시간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지는 엄마의 하루를 생각하니 두려웠다. 내게도 찾아올 그런 날들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엄마마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의 빈자리에 대한 서글픔이 아리게 느껴졌다.
몇 년 전 문득 내 손을 바라보다 놀란 적이 있다. 나의 손이 어릴 적 바라보던 엄마 손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어느새 이리 나이가 드셨을까 생각하며 서늘했던 기억이 있는 손. 그 손이 내게도 찾아온 것이다. 이제는 딸들의 손을 보며 내가 기억하던 나의 손을 바라본다. 구름처럼 세월이 흐른다. 흐르고 또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