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황선미 : #착한 아이 #관계
착하다는 말이 마음을 달뜨게 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착한 아이는 어른들에게 칭찬을 받았고 부모의 자랑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공부 잘한다는 말을 들을 만큼 성적이 좋지 않다면 착한 일을 해서 인정받고 싶은 아이들도 있을 거예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착하다는 말이 좋지 않게 들릴 때가 오기도 하겠지요. 소위 호구나 바보처럼 여기 지기도 하고, 무엇이든 부탁을 다 들어줘야 한다는 강요처럼 생각되기도 하니까요.
착한 아이는 마음이 아픈 아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그 문장 하나가 얼마나 마음에 내려앉던지 누군가에게 착하다는 말을 하는 게 조심스러워졌습니다. 그 말이 어떤 사람에게는 폭력처럼 느껴질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그 후 서점에 새롭게 나오는 책들 중 착한 사람들에게 이제 그만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물론 그것은 그로 인해 힘들다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와 용기의 책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착하게 살면 안 된다고만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착한 이들에게 또 하나의 비수가 되지 않을까요. 자신이 잘못 살았다고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요.
'내가 김소연진아일 동안'. 제목부터 궁금함을 자아내는 책입니다. 표지를 보면 두 아이의 영혼 체인지를 상상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관계와 심리에 대한 깊은 생각을 안겨주는 이야기이지요. 진아는 선생님에게 소연이의 도우미가 돼 달라는 말을 듣습니다. 사실 진아는 하나가 먼저 이것을 거절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자신에게 힘이 되었던 선생님의 부탁을 쉽게 물리칠 수 없었어요. 하지만 하나에게는 "돼 주면 어떨까?" 라고 묻던 선생님이, 자신에게는 "돼 주면 좋겠어." 라고 말한 것에 마음이 걸렸습니다.
“진아, 넌 착하잖아. 침착하고.”
순간 뜨거운 게 목구멍에 걸렸다.
착하잖아. 나는 이 소리를 너무 많이 들으며 살았다. 아빠도 그랬다. 진아 착하잖아. 아빠 속상하게 하지 마. 아빠가 속상한 게 다 내 책임인 것처럼.
착하다는 말은 이렇게 난처하고 한심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꼼짝도 못 하게. 생각도 없는 애처럼 보이게. 누구를 탓하겠나. 하나처럼 야무지지 못하면 이런 일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준비도 없이 말이다.
교실에서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절대 강자라고 불립니다. 그런 어른의 부탁은 소심하지 않은 아이들이라도 거절하기 쉽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넌 착하잖아, 라니. 선생님이 아이들을 위해 수없이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내린 선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속이 상했어요. 누군가와의 갈등이 불편해 거절하지 못했던 내모습이 겹쳐 떠오르며, 강요처럼 느껴졌을 그 말 앞에서 무너져 내린 진아의 마음이 칼로 벤 듯 아파 보였으니까요.
등하굣길은 물론이고 학교와 미술 학원에서까지 소연이를 엄마처럼 챙겨줘야 했던 진아는 '김소연진아'라는 이름으로 놀림받기도 하는데, 그 모든 게 얼마나 버거웠을까요. 그런 자신의 힘듦을 반 아이들은 당연한 일상처럼 여겼고, 결국 혼자 끙끙 대며 짊어져야 했던 무게에 짓눌린 진아는 소연이의 돌발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못 되게 구는 손 때문에 괴로워하게 됩니다. 조금씩 소연이의 손목을 강하게 잡기 시작하고, 강아지를 따라 찻길로 달리려는 걸 막으려다가 소연이를 꼬집게 된 것이지요. 진아는 자신의 행동이 어쩔 수 없었다며 스스로 변명하기도 하지만, 견딜 수 없는 괴로움 때문에 끔찍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돼요. 원하지 않는데 억지로 낸 용기 때문에 열두 살 진아 혼자 이 모든 걸 감당해 내야 하다니 저라도 억울할 것 같습니다.
착하다는 것은 좋지 않은 걸까요. 착하게 살면 안 되는 것일까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본성의 선함을 좀 더 야무진 살아감을 위해 바꾸어야만 할까요.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의 진아를 안아주고 싶은 밤입니다.
남들에게 착한 사람으로 보이려고
애쓰지 마세요.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어,
혹은 미움받고 싶지 않아
나를 잃어 버리지는 마세요.
싫으면 싫다고,
어려울 땐 어렵다고 말하세요.
거절할 줄 아는 용기로
당신의 삶을 온전히 되찾아 가세요.
- <나에게 고맙다>, 전승환
✐ 착하다는 것은 좋지 않은 걸까요.
착하게 살면 안 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