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영웅_<낫짱이 간다>

_ by 김송이 : #1950년_재일조선인

by 유재은


동화 속 인물들은 어린 시절 다정한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중에는 빨강머리 앤이나 소공녀 세라처럼 직접 만나고 싶은 아이들도 있었는데,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의 삐삐는 친구들과 역할 놀이를 할 만큼 좋아했던 인물이에요. 덩치 큰 어른을 한 손으로 들 때는 웃음이 났고, 크고 작은 모험들을 특유의 재치로 풀어갈 때면 내 일처럼 신나는 기분이 들었지요. 무엇보다 어려운 상황도 상상으로 승화시켜 내는 게 참 좋았습니다.


출간은 나중에 되어 TV 시리즈로 먼저 만났던 삐삐는 어른들에게는 말괄량이로 보일지 모르지만 내게는 영화 속 히어로처럼 느껴졌어요. 주근깨투성이 얼굴조차 어찌나 매력적으로 보이던지 따라 그려 넣고 싶을 정도였고, 삐삐의 친구 토미와 아니카를 부러워하는 마음은 그 아이들이 되어 뒤죽박죽 별장에서 삐삐와 함께 노는 상상까지 하게 했답니다.


스웨덴에는 삐삐, 캐나다에는 앤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낫짱'이 있습니다. 낫짱은 나츠에를 짧게 줄여 부를 때 사용되는 말인데, 이 책의 작가인 재일 교포 김송이 선생님의 일본 이름이었다고도 하네요. 작가의 경험이 이토록 멋진 인물을 창조해 낸 것이지요.


1950년대 중반에 일본에서 조선인 어린이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거예요. 게다가 어려운 형편에 닭머리 고기 심부름까지 눈치를 보며 해야 했으니, 웬만한 아이라면 주눅이 들어서 일본인 아이 앞에 기를 펴지 못했겠지요. 하지만 우리의 낫짱은 달랐습니다. 조선 아이를 괴롭히는 데라우치 무리뿐만 아니라 동생 깃짱을 울린 와카바야시까지 눈물 쏙 빼게 만들었으니까요.


낫짱은 오늘 자신이 "비겁하지 말아야 한다."는 아빠의 말을 조금은 실천한 것 같아 퍽 대견하다.
(…) 낫짱은 '세상을 보는 눈'이 이제야 제 마음 속에 굳게 뿌리내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p.116~117)


낫짱은 타고난 씩씩함으로 당당한 행동 대장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따뜻하고 정의로운 마음을 품고 있어 더욱 정이 갑니다. 물론 요즘에도 이런 친구들이 다양한 캐릭터의 변형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역사를 품고 있는 다부진 우리의 영웅, 낫짱의 이야기가 낡은 표지를 새 옷으로 갈아입고 지금 우리 아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어른이 돼서도 특이해야 하고
특이해지지 말라는 사람의 말은 절대 듣지 마.
슈퍼 히어로들은 전부 다 특이하니까."


-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 슈퍼 히어로, '나의 영웅'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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