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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은 Mar 20. 2024

누가 정하나요? _<문제아>

- by 존 조 : #문제아 


실은, 어쩌면 전부 다 하나의
커다란 거짓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착한 아이, 나쁜 아이.
누구도 단순히 어느 한쪽에 있지 않다. (p.192)


언제 네가 그렇게 나쁜 아이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아빠의 말을 떠올리며 조던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1992년 LA 폭동이 시작되던 날, 조던은 자신만의 기나긴 밤을 보내며 성장하게 된 것이지요. TV 뉴스에서는 위급한 도시 상황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을 만큼 아시아인으로서는 더욱 위험할 수 있는 밤이었습니다. 하지만 조던에게는 아빠의 안위가 가장 큰 걱정이었어요. 언제나 제 몫을 잘 해내는 누나 사라와는 달리, 아빠에게 실망을 안긴 조던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날은 괜찮은 아들이 되기 위해 시험에서 커닝을 하다가 정학까지 당한 날이었지요.


"난 내가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p.237)


누나의 좋은 성적과 비교하며 비난하는 교장 선생님도, 넌 내게 가장 큰 실망이라는 말을 한 아빠도 조던이 누구인지를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조던의 정체성은 조던 자신이 결정해 내야 하는 거니까요. 그러한 생각으로 12살의 조던은 위험을 감수하기로 결심합니다. 비록 총알은 없더라도 아빠를 방어해 줄 수 있을 거라 믿으며 총을 아빠에게 가져다 주기로 한 거예요. 더불어 아빠에게 도움이 되어 자신이 완전한 실패작이 아니라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아빠는 가게에 총을 두지 않았습니다. 우순자 씨가 자신의 가게에 들어온 라타샤 할린스라는 소녀를 쏘아 죽게 한 사건 이후 아빠는 '총이 보호가 아닌 무기'라는 자신만의 소신을 갖게 된 것입니다. 조던은 아빠가 총을 안전한 곳에 깊숙이 넣어 두던 날을 기억합니다. 절대로 총에 손대지 말라던 아빠의 말도요. 그것을 가져가면 오히려 아빠에게 더 큰 실망만을 안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조던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아빠를 잃게 되는 일을 상상이라도 견딜 수 없었습니다.


조던은 아빠가 싫어하는 친구 마이크와 함께 한밤의 긴박한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둘은 쫓기고, 처음 보는 사람의 집에 들어가기도 해요. 다행히 중간에 차를 가져온 누나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상황도 생겼지만 조던은 혼자만의 힘으로 자신의 계획을 해내고 싶어 누나에게서 도망칩니다. 그 후 낯선 사람의 트럭을 얻어 타다가 차에서 뛰어내리기도 하고, 얼굴이 엉망이 될 만큼 마이크와 서로 치고받고 싸움도 하게 되지요.


LA 폭동이 시작되던 날, 사람들은 각기 다른 상황과 생각 속에서 긴 밤을 보냈을 것입니다. 조던 역시 그날의 모험으로 누나도 실수를 하고 부모에게 숨기는 비밀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것은 아빠도 마찬가지였고요. 조던은 아빠와 함께 가게 지붕 위에 앉아서 "미안할 때 미안하다고 말하기, 아플 때 아프다고 말하기, 무언가 옳지 않을 때 옳지 않다고 말하기.(p.237)" 라는 가장 힘든 일들을 서로 나눕니다. 그리고 '함께' 지붕에서 내려가 다시 가게로 들어가지요.


저자는 영화 <서치>로 잘 알려진 할리우드 한국계 배우 '존 조'입니다. 이 책이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그의 첫 책이라는 소개에 그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유명한 영화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작 아직 보지 못했는데 그가 나온 영화들을 찾아보고 싶네요.


문제아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할 수 있을까요. 어린이 성장 소설이라고 하지만 어른들도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언젠가 <문제아>가 영화화되어 존 조가 조던의 아빠로 나오는 벅찬 상상을 해 봅니다.   

  

 





나는 문제아다.
선생님이 문제아라니까 문제아다.


- <문제아>, 박기범.



✐ 문제아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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