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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은 Mar 13. 2024

작은 커플 _<그때 너 왜 울었어?>

_ by 박현경 : #초등이성교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커플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사귀는 아이가 있다며 배시시 웃는 아이의 말을 들으면 마음에 비눗방울이 피어오르는 것 같아요. 놀이터에서 자신의 여자 친구를 놀리지 못하게 막아준다고 하거나 쉬는 시간에 미술 준비물을 사물함에서 꺼내 갖다 준다는 말에는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자꾸만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기도 합니다. 초등 친구들은 만나서 무언가를 같이 하는 경우보다는 카톡이나 전화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고민에 대한 위로를 받기도 하고 빼빼로 데이 같은 기념일을 챙기는 게 대부분이에요.


요즘에는 3, 4학년 친구들 조차 "너 모솔이니?" 라며 서로 묻기도 하는데, 이성 친구를 사귀는 게 오글 거린다는 아이도 있지만 부러워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졸업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것에 고백받기나 이성 친구 사귀기를 쓰는 친구들도 있더라고요.


또한 친구와의 만남조차 공부를 위해 자제시키던 예전의 부모들과는 달리 지금은 아들의 여자친구 커플링을 준비하는 엄마도 있을 만큼 이성 친구에 대한 열린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비판과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말이에요.


초등학교 아이들의 고백은 비교적 담백하고 직선적입니다. 카톡에서 좋아하는 상대의 마음을 떠 본 후 거절을 당하면 '장고(장난 고백)'였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심플하게 직접 고백을 합니다.

 

"너랑 나랑 사귀자."


5학년 지영이도 이렇게 강우에게 고백을 받게 됩니다. 강우와 연결시켜 달라던 ‘베프팸’ 친구 라희가 알면 가만있지 않겠지만, 지영이는 적극적인 강우의 말과 진심에 마음을 열어요. 사실 이미 지영이의 마음도 강우를 향하고 있었는데 스스로도 자신의 감정을 모르고 있었던 거지요.


지영이와 강우의 특별한 인연은 아파트 뒷산 배드민턴장에서 이루어졌어요. 엄마 때문에 속이 상해 간 그곳에서 지영이는 어울리지 않게 슈트에 조리를 신은 강우를 만나게 돼요. 강우는 도서관 특강 토론 수업을 같이 듣는 아이인데 논리적으로 토론도 잘하고 유쾌한 성격에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많았어요. 지영이는 강우의 자전거 뒤에 타고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기도 하며 서로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둘에게는 각자의 고민이 있었어요. 지영이는 엄마가 쌍둥이 동생 육아 스트레스를 자신에게 푼다고 생각하며 유행하는 컬러 렌즈도 못 사게 하는 엄마에게 불만이 많았지요. 강우의 고민은 짙은 무게를 담고 있었습니다. 지영이는 심부름을 가다가 우연히 강우와 강우 엄마가 가정 폭력을 당하고 있음을 알게 돼요. 처음 낀 컬러 렌즈 때문에 눈이 아파 눈물을 흘렸던 건데, 강우는 그것을 자신이 한심하고 불쌍해서라고 오해합니다. 그날 이후 강우는 지영이를 멀리하다가 급기야는 무시하며 망신을 주기까지 하고, 그로 인해 둘 사이는 틀어지게 됩니다.


엄마와 제주도로 떠나기 전날 찾아온 강우는 지영이에게 그동안 말하지 못한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자신은 학교와 집에서 완전히 다른 애였다고 말이에요. 학교에서와는 달리 집에서는 늘 화가 난 아이였고 엄마를 때리는 아빠를 막아 내지 못하는 부끄럽고 비겁한 아이였다고요. 그런데 '어떤 일을 해결하고 싶을 땐 계속 힘만 주지 말고 힘을 빼라'는 지영이의 말처럼 해서 지금은 괜찮아졌다고 합니다.


가슴이 뛰고 얼굴이 달아오르며 조금 더 특별한 추억으로 새겨지겠지만, 초등학교 친구들에게는 이성 친구도 동성 친구와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을 나누며 서로에게 힘이 되는 진짜 친구는 살아감을 배우게 하니까요.







친구야, 너는 나의 책,
나는 너의 책.
오랜 세월이 지나도 아직
읽을 게 너무 많아 행복하다.

(…)

친구야, 사는 일의 무게로
네가 기쁨을 잃었을 때 
나는 잠시 너의 창가에 앉아  
노랫소리로 훼방을 놓는
고운 새가 되고 싶다.


- <친구에게>, 이해인




✐ [생활문] - '힘들었을 때 나를 위로해 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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