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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은 Feb 28. 2024

일상이 기적이 되지 않기를_<햇빛 전쟁>

_ by 이순미 :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환경 관련 책들은 많지만 문학책에서 조차 그 키워드를 눈치채면 외면하는 아이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학습처럼 여겨져 미리부터 재미없을 거라는 선입견을 갖는 것이지요.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적지 않은 아이들이 반감을 보여주더라고요. 고학년만 되어도 아이들은 동화의 교훈성과 해피엔딩을 식상하게 여겨 청소년 소설을 더 선호하기도 해요.   


그에 반해 다수의 부모님들은 아이가 비문학책을 보지 않는다고 고민하기도 합니다. 그것이 공부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물론 관심 분야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권하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 읽으며 그것을 통해 알게 된 지식을 친구와 가족 등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걸 즐기기도 해요. 가령 우리 몸을 구성하는 뼈의 개수와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을 가진 동물, 어려운 나라 이름 등을 술술 말하며 어깨를 으쓱하곤 한답니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을 둔 부모님 중에는 문학책을 좋아하지 않고 읽어도 공감력이 부족하다며 걱정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책을 읽지 않아도 고민, 읽어도 너무 빨리 읽어서, 또는 너무 느리게 읽어서, 한 책을 닳아질 때까지 보거나 편독을 해서 고민하는 등 그동안 많은 상담을 마주했습니다. 각기 장단점이 있고 때에 따라서는 지도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해야 할 게 너무나도 많은 요즘 아이들에게는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격려하며 묵묵히 기다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책만 읽는다고 쓸데없거나 현실감 없는 몽상가 되지는 않아요. 비문학책만 읽는다고 문제 될 것도 없고요. 무엇이든 스스로 찾아 읽은 책 속에서 또 다른 책으로 가는 길을 발견해 낼 수 있습니다. 그 속에서 언급된 책을 찾아 읽게도 되고,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게 되면 그의 책숲에 푹 빠질 수도 있어요. 그 과정이 더디게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렇게 자신만의 독서의 길을 찾아가는 게 진정한 책 읽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예 읽기에 대한 습관이 잡혀 있지 않다면 어릴 때는 적절한 환경으로 이끌어 줄 주변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해요. 하지만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한 어려운 필독서만을 억지로 읽게 하는 건 책과의 안녕을 고하게 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햇빛 전쟁>의 주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샛길이 길어졌네요. 결론은 이 책을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거예요. 그냥도 재미있지만 친구들과 함께 낭독하며 역할극처럼 읽어도 드라마처럼 흥미진진하게 느껴진답니다. 라디오 뉴스에 집중하며 운전하는 아빠의 차를 타고 루아의 가족이 이사를 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떠나기 전부터 반대했던 루아는 산골 시골집을 보고 믿을 수 없어해요. 게다가 전학 간 학교의 6학년은 루아를 포함해 모두 7명뿐이었어요.


루아의 아빠가 도망치듯 짐을 꾸려 그곳에 가게 된 것은 식물학자인 엄마가 오존층 파괴로 인한 희귀 질환으로 생을 달리했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루아의 동생 모아마저 엄마처럼 몸에 붉은 얼룩이 생기게 되자 더는 미룰 수가 없었지요. 시골집은 엄마의 지인인 최고의 식물학자 할아버지의 소유였는데 빌려서 살게 된 거예요. 그는 밤이나 흐린 날만 망토를 쓰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개발에 대한 경고를 했기에 회색 유령으로 불리고 있었어요. 그의 눈을 보면 병에 걸린다는 루머까지 있었고요.


햇빛은 인간의 몸과 마음에 더없이 소중합니다. 하지만 오존층 파괴로 지구가 자외선을 막아낼 능력을 상실하자 인간의 몸에 있는 세포들에게 변이를 일으켜 몸을 공격하게 하는 심각한 병을 야기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외선 차단 유리 등의 첨단 장비를 갖춘 햇빛 단지를 조성하는 등 또 다른 개발로 질주해 나갔습니다. 반면 식물학자 할아버지는 땅속 생활을 준비해 나갑니다.


루아는 땅속 생활을 통해 배운 게 있다.
편리하고 풍족한 것에 욕심을 내지 않을수록, 지킬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p.187)


몇 년 전 동화책 만들기 수업을 하는데 한 아이가 쓴 동화 속 미래에는 대기오염 때문에 노랑을 ‘하늘색’으로 부른다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아이의 창의적인 생각에 감탄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정말 그런 세상이 올 것 같아 씁쓸해졌어요. 환한 햇빛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마음껏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며 풍경 좋은 곳을 거닐 수 있는 일상. 이 소중한 하루가 기적처럼 느껴지는 세상이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레타는 내 인스타그램 게시물들을
쭉 살펴보더니 잔뜩 화난 목소리로 따졌다.
 
"기후 위기에 대해 관심이 있는
유명인이 단 한 명이라도 있나요?
비행기로 전 세계를 누비는 사치를 기꺼이
포기할 만한 유명인이 단 한 명이라도 있냐고요?"

"대신에 다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쓰고 있단다."

 나는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적당히 대답했다.

"좋아요. 어떤 문제에 신경을 쓰는데요?
아마도 기껏해야 핵 전쟁이 터지면
이 지구가 완전히 붕괴되어 버린다는 사실 정도겠죠."


-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 그레타 툰베리 외 3명 지음.



✐ <햇빛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나만의 동화'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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