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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나비의 책공간 Feb 26. 2019

하찮다

일기&일상

하찮다 [형용사]

1. 그다지 훌륭하지 아니하다.
2. 대수롭지 아니하다.

하찮다. 남이 나에게 이 단어를 건네면 네가 뭔데 하며 몸이 달아오르며 부들부들하다. 만약 진짜 하찮더라도 잘못 사용하면 대판 싸울 수 있는 단어니 사용을 안 한다.

이와 별개로 자기 자신에게 하찮다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1달 전에 몸무게가 77kg에서 80kg까지 올라가서 헬스를 시작했다. 미드로우도 하고 스쿼트도 하고 러닝머신도 6km로 30분을 걷는다. 그렇게 1달간 주 3회 하니 2kg이 빠지긴 빠졌다.

빠진 건 좋은 건데 배에 있는 튜브는 그대로고 갈비뼈와 가슴에  근육과 살이 붙지를 않는다. 샤워할 때 옆에서 본 아저씨처럼 배는 뽈록 나왔고 가슴은 쏙 들아간 몸매랑 비슷하다.

운동할 때는 폐를 짜내서 러닝머신을 달리고 끝나고 다음날 근육통 때문에 신경쓰일정도로 하는데 효과가 별로 없어 보인다. 내가 한 노력이 성과로 연결되지 않고 오늘도 운동했다는 보람만이 남을 때 나는 하찮다고 느낀다. 빠르게 성과가 나면 배에 있는 튜브가 좀 반으로 빠지고 드라이기로 머리 말리려고 들 때마다 왼쪽 어깨 잔근육이 잡히는 걸 보고 싶어서일지도 걸을 때 종아리에 힘이 딱 들어가서 잡히는 걸 보고 싶어서 일지도 모른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도 하찮아보일 때가 많다. 그냥 키가 181cm라는 큰 키 빼고는 나만의 뚜렷한 장점을 모르겠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먼저 주도하거나 편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게임을 프로게이머처럼 잘하거나 베스트셀러 작가처럼 글을 잘 쓰거나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아니니

누군가가 하찮아 보이고 별거 아닐지라도 매일매일 하고 모으다 보면 빛나는 것이 된다는데 나는 얼마나 모았는지 언제 빛날지 잘 모르겠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4학년이 되서인가 취업고민 때문인지 요즘 생각하는 게 무거워진다


그날 밤 기숙사에 돌아와 혼자 울었다. 잃어버려서 마음 아픈 것은 손에서 놓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소중한 것은, 보통은 하찮게 보인다는 것도 알았다. 하찮은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야마 준코 <고양이는 안는 것>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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