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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나비의 책공간 Feb 27. 2019

반 고흐의 귀를 읽고

반 고흐&예술&독후감

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었었다. 그 책에서 고흐는 테오에게 돈 달라는 못난 형, 교회 집안에서 예배 안 드렸다고, 창녀량 결혼한다고 집에서 버림받는다 틈만 나면 정신이 이상해져서 결국 동거를 포기한 고갱까지 고흐의 힘들었던 삶을 체험할 수 있다. 고흐가 자기 귀를 잘랐다는 건 유명하다. 그 귀를 창녀에게 선물한 건 그를 그림은 잘 그리지만 미치광이로 기억된다. 그런데 고흐가 귀를 자른 게 사실일까? 왜 귀를 잘라 창녀에게 선물을 해주었을까? 작가는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원래 반 고흐는 목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집안의 반대로 목사의 길을 접고 화가의 길을 살아간다. 화가의 길을 걷던 고흐는 자기 생활비를 동생 테오에게 의지한다. 그러다가 돈을 아끼려고 고흐는 고갱과 같이 스튜디오를 생활한다. 고흐는 간질에 걸려서 정신이 오락가락 하중 자신의 귀를 잘라서 창녀에게 선물한다. 자신의 귀를 잘라서 창녀에게 선물했다는 사실은 고흐가 도시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만들었다. 이 도시에서 그림을 배우고 풍경을 사랑했던 고흐는 도시에서 쫓겨날 처지다. 게다가 처자식이 생긴 동생 테오는 고흐의 병원비와 생활비는 더 이상 마련하지 못하겠다 말한다. 그렇게 완전히 고립된 고흐는 결국 자살한다.


내게 고흐는 광기에 찬 화가 열망에 가득 찬 화가였다. 그러나 그는 그저 평범하고 자신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여기는 인간이었다. 고흐는 왜 자신의 귀를 잘라서 창녀에게 선물했을까? 그 창녀는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이 천하게 여기는 직업을 가졌다. 고흐는 그 창녀가 가진 상처를 보며 그녀에게 감동을 받았다.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서 이렇게 힘들게 일하고 있구나 그는 천사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자신의 귀를 제물로 바쳤다. 방법은 잘못됐지만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


고흐는 자기 자신이 간질에 걸렸다는 걸 알고 있었다.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도 내 몸안에 괴물이 들어있다고 말할 정도니. 고흐는 간질 때문에 정신이 온전하지 않았다. 간질이 끝나고 온전한 정신에서 자기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그림으로 그렸다. 이 그림이 붕대를 감싸고 있는 자화상이다. 자기 자신이 저지른 쪽팔리고 수치스러운 일을 되돌아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술 먹고 전화로 꼬장 부리거나 카톡으로 전 여자 친구에게 자니 보낸 거랑 비슷하다. 그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행동을 글로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그 용기와 자신에 대한 반성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저지른 꼬장이나 쪽팔린 짓은 잊는 게 좋다면서 정신승리를 하려고 한다. 그러나 정신승리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다음에 어떻게 하면 좀 덜 꼬장 부리는 방법을 찾는 게 아닐까.


반 고흐가 해바라기 그림을 왜 그렇게 많이 그렸는지 이해가 된다. 해바라기는 Helianthus 속에 속하는데, 태양을 뜻하는 ‘Helios’와 꽃을 뜻하는 ‘Athos’가 결합해 부쳐진 이름이다. 그래서인지 서양에서는 예로부터 태양만 바라보는 해바라기를 보고 애모, 숭배 (Adoration)를 뜻해왔다. 고흐는 미술에 대한 헌신을 드러내기 위해서 해바라기를 남겼다. 광기 간질 때문에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게 아니라 광기와 간질 속에서 견뎌내며 고흐는 수많은 그림을 남겼다. 자신의 그림이 나를 위해 헌신해준 동생 테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천하고 힘든 곳에서 일하는 창녀에게 위로가 되기 위해. 그리고 그의 그림을 보고 위로받는 나를 위해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한다. 나는 어떤 이름을 남기고 어떻게 헌신해야 할까? 내가 쓴 글을 읽고 누군가가 게보린을 먹은 것처럼 고통을 잊거나 상처에 마대카솔을 뿌려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글을 쓰고 누군가를 안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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