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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나비의 책공간 Mar 06. 2019

실의

일기&일상

셜록홈즈는 왓슨이 부인을 잃고 실의에 빠지자 슬픔을 잊게 하는 건 일이라 조언한다. 그리고 같이 인도로 여행을 떠나면서 당연히 사건과 맞이하고 해결한다.


중학교에 읽었을 때는 셜록홈즈가 왓슨 의사에게 일을 하라는 조언을 이해하지 못했다. 슬프면 쉬어야지 셜록홈즈는 월요일에 일도 안 나가면서 뭐 저런 조언을 하고 있어 생각했다. 지금은 셜록홈즈가 왓슨의사에게 한 조언을 내게 하고 있다.


사람이 미칠 것 같다는 기분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뭔가 내 안에 있는 감정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겠다. 책이 됐든 모임이 됐는 수업이든 그 어떤 무엇이든지 상관없다. 그래서 귀찮은 60명의 카톡방을 만들고 매주 공지해야 하는 카톡방을 만들고 커피도 마시지 않는데 정문 투썸에서 상담 약속 잡고 보존서고에 있는 도서대출 신청도하고


나사 하나가 빠졌다. 하나 빠졌을 뿐인데 둑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나무판자로 못을 박았던 커진 구멍부터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차마 다른 사람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아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변기에 앉아 흐느끼면서 유리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면 입을 막았다.


어제 읽은 우울증 관련 책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 우울증을 확산시키는 건 불확실성이 커질 때라고 한다. 불확실성을 키우는 건 자기 자신이니 우울할수록 확실한 것부터 해야 한다. 불확실성에서 좌절과 실패를 느끼면 더 큰 우울증에 빠질 테니까.


내가 해야 할 건 3끼 챙겨 먹기 물 500ml 마시기 집에 전화해서 할머니 할아버지 목소리 듣기 밀린 빨래 개고 하루에 10p 1 바닥이라도 책 읽고 글쓰기 30분이라도 근육 운동하고 미세먼지가 공장 수준이니 산책은 생략하고 조금이라도 일상에서 불확실성을 낮추고 확실성을 높여야 한다.


믿음과 근거가 합쳐야 신념이 된다. 내일 또 나사 빠져서 울고 내일모레도 또 빠지겠지만 언젠가는 내 안에 있는 물이 다 빠져나가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란 믿음과 내 할 일을 천천히 하는 근거가 나를 도와주지 않을까. 일단 11시니 잘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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