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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나비의 책공간 Mar 08. 2019

일상

일기&일상

1시 10분 정문에서 심리상담을 마쳤다. 투섬에서 얻어마신 녹차라테가 부드러웠고 달달해서 몸이 나른해졌다. 카페에서 나온 윤건 너도 그냥 나를 놓아주면 돼 노래가 나왔다. 어디서 멜로디를 들은 적이 있어 이 노래 제목을 알고 싶었는데 마침 카페가 한산해 사장님께 부담 없이 여쭤볼 수 있었다.



 2시에 거시 조직론 ot 들어야 해서 점심을 학생식당에서 밥 먹기로 했다.  1시 26분에 학생식당에 가니 3,500짜리 돈까쓰를 팔고 있었다. 먹고 싶었지만 12시부터 파는 거라 다 팔려서 못 먹을 줄 알았다. 딱 2개가 남았고 내가 사니 바로 매진됐다. 학교 주변에 6,500원 7,000원짜리 돈가스보다 맛있었다.


거시 조직론 수업에서 추가 점수를 받으려고 기자재 담당 학생을 신청했는데 교수님이 장미를 선물로 주셨다. 교수님이 여성의 날이라고 받으셨다고 한다. 딱히 집에 두기도 그렇고 줄 사람도 없어서 근무하는 체육관에 가서 페트병에 꽂아두었다.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5시 30분 저녁을 먹으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왔다. 저녁노을이 뿌연 창문을 타고 들어왔는데 뭔가 성스러운 장소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게임에서 캐릭터 주변에 빛이 나는 것처럼 말이다.


미세먼지농도가 낮아져서 마스크를 안 써도 산책해도 폐가 별로 안 아파서 불편함이 줄어들었다. 사소한 일상의 행복을 느끼고 주어진 일과 해야 하는 일을 계속하려 한다.


나는 불안하고 미완성품이다. 애니어그램 검사에서 3가지 유형이 다 나와서 복잡한 유형이라고 한다. 몸형 머리형 본능형에서 각각 1개는 수치가 평균보다 높지만 3개는 평균이고 3개가 평균보다 낮았다. 내가 그래프를 봐도 편차가 너무 커서 뭔가 이상하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스트레스가 많이 받는데 스트레스를 풀지 못한다고 한다. 사실이라 그렇다고 했다.


우울증 약을 2달째 먹고 있다. 신경안정제 수면유도제 우울증감소제 위장보호제 총 4종류의 약을 먹는다. 이 약을 먹으면 35분이면 약효가 돌면서 잠에 빠진다. 먹으면 알람 울리기 전까지 푹자지만 약을 못 챙겨서 약을 잃어버려서 못 먹으면 새벽 1시 2시까지 밤을 새운다. 의사 선생님이 증상이 완화되는 거라고 조금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하지만 내가 언제까지 약을 먹어야 할지 불안하다.


점심 먹고 식기를 반납하러 갔다. 사람이 많아서 아는 사람 있나 주위를 둘러보다 친구랑 밥을 먹는 너를 봤다. 눈물이 핑흘렀다. 너는 다행히도 나를 보지 못했고 수업 늦었다며 발을 옮겼다. 학생식당에 가는 시간을 조금 더 늦춰야 할까 흔들리고 불안하고 감정을 제어할 수 없는 나기에 보면 또 좋아하는 것 드러낼까 봐 너를 불편하게 할까 봐 무섭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나는 지금 살얼음을 걷고 있다. 조그만 감정 동요에도 언제 얼음이 부서질지 모르겠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언제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내 상태가 불완전고 흔들리는 것을 안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언제 절망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다. 그렇기에 작은 행복을 느끼고 일상에서 계획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 무엇보다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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